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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한동안 힐링이 열풍이었는데, 요즘에는 이게 철학으로 건너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힐링은 세속적으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유명 인사들의 개인 스토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반해, 철학은 고전의 맥락과 현실의 문제를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전 일단 긍정적으로 봅니다. 막연한 긍정보다는 그래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쪽이니까요.
한가지 재미있었던 건, 이 책의 목차를 한번 쭈욱보고 저 나름대로 흥미있는 부분을 찍어두었는데, 그곳에서는 의미를 못 찾고, 대부분 그냥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의미를 많이 찾았다는 점입니다. 저에게는 의외성이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목차>
들어가는 말. 그냥 그대로 있는 것
내게 남은 모든 것을 버리다
나쁜 친구는 나를 완성시킨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기
마음의 상처를 끌어안을 용기가 필요하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는가
행복한 아이는 인생의 의미를 떠올리지 않는다
자책하지도, 자만하지도 말고…
불편한 진실 끌어안기
나는 강요된 선행을 거부한다
삶을 짓누르는 사소한 것들에 대하여
타인의 아름다움을 탐하지 마라
순수한 열정을 되찾기 위하여
불가능한 것은 잊고 최선의 것을 욕망하라
긴장감을 놓아도 죽지 않는다
지금의 결심을 끝까지 지키는 법
나는 무엇을 믿는가
나를 파괴하는 생각들에 대하여
인생은 누구를 위한 연극인가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도 웃음은 존재한다
질문은 그만! 그냥 행복하라
삶은 계속되고 나는 나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다
이 책은 '내려놓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불교신자들은 우리 모두가 불성을 가지고 있다 말하는데, 참 훌륭한 생각입니다. 하나의 인격을 만들어 세운다거나, 즐거움 혹은 안정을 찾아 밖으로 나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으로 뛰어들고, 깊은 내면으로 가라앉아, 그곳에서 희열과 평화, 궁극의 선(善)을 취하라는 이야기이지요. (6 페이지)
더 이상 삶과 드잡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누군가가 되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저는 매순간 실감합니다. 어떤 아쉬움도 안타까움도 없이 그냥 그대로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능동적으로 사는 길이니까요 (7페이지)
'장애는 장애가 아니다. 그래서 이를 장애라 부른다.' 장애란 제가 한때 생각한 것처럼 더럽고 흉한 무엇이 아닙니다. 장애는 모든 일이 잘 되어갈 때 제가 받았다고 느낀 축복 또한 아니지요. 무엇이든 확정하지 말되,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집착이 없다는 건 바로 그런 태도를 말합니다. (17~18 페이지)
삶을 거저 주어지는 선물이 아닌 당연히 제 것인 권리로 여기는 순간, 그리하여 "양지바른 이 자리는 내가 임자야"라고 말한느 순간, 고통은 물밀듯 밀려드는 법입니다. (49 페이지)
꽃이 피어나기에 꽃이 피어날 뿐입니다. 자기를 걱정하지 않으며, '내가 잘 보여요?' 라고 묻지 않습니다. '왜 사느냐?'는 질문에는 종종 '다른 누군가를 위해'가 개입합니다. ... "행복하려면 이걸 해야 한다"든가, "올 해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내 인생은 종 치는 거야"따위의 어떤 목적의식에 압도 당할 때, '왜'라는 물음 없이 사는 것은 큰 힘이 되어 줍니다. 삶은 종치는 법이 없습니다. 삶은 성공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산다는 것 자체가 이미 궁극의 목표입니다. (56 페이지)
욕망에 대한 (이런) 생각은 단순히 살면서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겪고자 하는 욕망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 자신을 관찰해보면 그와 같은 욕망이 매우 집요해서, 고통 자체보다 오히려 더 저를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104 페이지)
셋째 지침은 운문 선승의 말씀에서 비롯됩니다.
그대가 앉아 있을 땐 앉아 있어라.
그대가 서 있을 땐 서 있어라.
그대가 걸을 땐 걸어라.
무엇보다 서둘지 마라.
얼마전 화장실에서 어쩌다 보니, 참 대담하게도, 제가 이를 닦으면서 전화를 받고 있더군요. 운문 선승의 말씀에 따르면, 그 순간 두 가지 일이 허사가 되어버린 셈입니다. 현재를 왈가왈부하고 미래를 예상함으로써 저는 끊임없이 삶을 벗어나버립니다. (168 페이지)
나름 철학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심오한 철학을 기대했는데 힐링과 철학의 모호한 경계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교철학을 빌려서 장황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긴 하는데, 뭐라고 판단하기가 그렇지만 '프랑스 아마존 32주 연속 베스트 셀러'에 걸맞는 아주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머리를 탁 치는 듯한 내용은 많이 있고 쉽게 쓰여있어 몰입도가 뛰어납니다. 강남에 약속이 있어 나갔다가 비는 시간에 간 맥도날드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