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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어 생각한다 -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관하여
박한식.강국진 지음 / 부키 / 2018년 4월
평점 :
역사적으로 북한은 일본 만큼이나, 어떻게 본다면 일본보다도 더 우리가 감정적으로 대하는 대상이다. '이념'이 얽혀 있기도 하며, 이로 인해 가장 가까운 시기에 전쟁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본다면 우리가 객관적으로 대하고 있는 이웃 국가가 있기라고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도 마찬가지이고, 다른 방향으로는 미국을 대할 때조차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너무나도 자주 접한다. 그나마 러시아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다보니 씁쓸하게도 '중간'은 간다고 해야겠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상당히 얄팍한 사고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 핵심은 정통성과 국론의 차이에 있다.
3대 째를 맞고 있는 북한을 두고 곧 망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한다. 사실, 그렇다면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붕괴와 유지 쪽 어디에 본인의 '희망'을 두고 이야기를 하는건지 파악하려고 애 썼다. 그런데 북한 문제는 이념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고, 이념 문제는 때로 이해득실을 초월하다보니 그런 추측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서는 나도 작지않게 설득이 되어 있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닌 체제가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끝날거라는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었다.
북한 붕괴론이라는 거친 언사에 반론을 제기해 본다면, 단적으로 표현해서 북한은 ‘절대’ 붕괴하지 않습니다. ...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일종의 ‘집단 결정 체제’ 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0 페이지)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그 체제를 유지하는 정통성이 무너졌을 때입니다. 만약 북한이 경제성장을 정통성의 근거로 삼는 국가였다면 북한은 몇 번이나 무너졌을 것입니다. 냉정이 말해서 북한 체제는 1984년 정부 수립 이후 단 한 번도 정통성의 위기를 겪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정통성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항일 무장투쟁을 지도한 김일성 주석과 조선노동당 그리고 미국 등 외세에 맞서 자주성을 지키는 것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21 페이지)
체제 유지를 위한 환상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대다수 미국인들은 실제로는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면서도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에서 살고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 환상에 빠져있는 것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20~21 페이지)
잇따르는 숙청과 처벌이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징후인 양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권력에서 밀려나고 쫓겨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자리를 채우며 출세하는 사람도 있는 법입니다. (22 페이지)
통일이란 그렇게 손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교류를 이어 가며 준비한 독일만 하더라도 지금도 보이지 않는 진통을 계속 겪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좀 더 냉정히 말해서 만약 북한이 급작스럽게 붕괴한다면 이후 일어날 일은 흡수통일이 아니라 제2차 한국전쟁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북한 붕괴’의 결말은 ‘독일’이라기보다 ‘시리아’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25 페이지)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국가 안보와 국제 정치, 그리고 경제적 차원에서 북한과 상당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 대북제제는 국제적인 공조를 필요로 하지만 국제 정치 역할상 중국과 러시아의 적극적인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북 제제는 북한 경제가 중국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28~29 페이지)
개인적으로는이 책을 읽으면서 학부시절 국제통상학을 전공하면서 가졌던 여러가지 문제의식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좋았다. 동북아시아의 통상은 특수한 국제관계 역사와 너무나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통일이 필요하며, 꼭 해야하는지에 대해서까지는 이 책을 읽은 뒤로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객관화' 된 위치에서 북한을 바라보았을 때 많은 것들이 보인다는 것이고, 그런 시각을 가지고 일단은 꾸준히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해 본다. 이런 이야기 한다고 어느 누군가에게 '빨갱이' 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해야하는 시대는 언제나 지나갈까 하는 의문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