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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기술 - 행복한 내인생을 위한
김흥섭 지음 / 행복한나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행복한 내 인생을 위한 기록의 기술>
책의 아랫부분을 감싼 오렌지색 띠에는 나를 기록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쓰여 있었다. 기록이 진정한 자기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점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문득,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성공은 무엇이며, 그 성공이 분명한 행복을 약속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혀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이 책을 다 보는 데 십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개인적으로 속독이 습관이 되어 더욱 짧은 시간이 걸렸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참동안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느라 정신을 못차렸다.
이 책이 과연 기록의 기술에 관한 책이 맞는걸까?
저자는 그의 책의 대부분을 독자의 몫으로 떠넘긴다.
애초에 이 책이 쓰여진 목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펼쳐든 독자로서 이것이 얼마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가를 고백해야겠다.
물론 처음부터 시중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노트 필기, 메모, 정리 요령 등을 다루는 책들과는 다를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그러나 대뜸 유언장 작성하는 법부터 친절하게 안내하는 것을 읽고 있자니, 살아갈 날이 창창한 젊은이로서 괜히 신경질이 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도 내일 당장 죽음의 천사가 나를 찾아온다면 뭐 하나 준비된 게 없어 더 살아야겠다고 떼를 쓸 내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랬다. 이 책은 말 그래도 '나를 기록하는 책'이었다.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이로든 내 존재의 증거가 되는 기록.
텅 빈 페이지들을 보고 있자니, 한없이 답답해진다. 과거의 일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소용돌이쳐온다. 삼십대의 문턱에서 나는 무엇 하나 이뤄놓은 것이 없다며 여전히 조바심을 내며 살고 있다. 공부한답시고 내 삶의 동선을 최소화했던 탓일까. 무엇을 적어야 할지, 무엇을 점검해야 할지도 막막하다. 어려운 숙제 같다. 하기 싫은 숙제 같다. 그래도 나는 이 숙제를 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를 기록하는 책'은 분명 도전해 볼만한 프로젝트다.
제목에 포함된 '기술'이라는 단어 때문에 특정 방법론을 기대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에 실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에 대한 기록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하는지 도무지 감이 안잡히는 사람들에겐 적당한 프레임을 안내해주는 책이다. 그런 점을 든다면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할 수 있다.
그리고 노파심에 한마디 덧붙이자면 매우 어린 친구들보다는 20대 이상은 되어야 이 책이 이야기하는 바를 조금이나마 덜 당황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에서 예시하고 있는 페이지들을 참고해서 나의 책을 새롭게 만들어 볼 작정이다.(책 크기가 아주 작은 것은 아니지만, 쓰려는 것을 다 쓰기 위해서는 공간의 한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
과거의 기록들은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고, 오늘의 기록들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늘 상기시켜 줄 것이다. 그리고 내일... 꿈의 기록들은 늘 나로 하여금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격려할 것이다.
어느 순간 이 기록이 삶의 습관이 되면, 미래는 더 이상 두려운 것이 아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