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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아름다움 - 나와 다른 당신이 왜 소중한가
구본형.이우일 외 지음 / 고즈윈 / 2008년 4월
평점 :
우리가 같아질 필요가 있을까?(68p.)
<다름의 아름다움 ; 나와 다른 당신이 왜 소중한가>는 작고 예쁜 책이었다.
나도 모르게 연필을 들어 밑줄을 그었다.
밑줄 그은 것들 중 나누고 싶은 구절을 몇 개 옮겨보겠다.
*( )는 쪽수입니다.
생물다양성의 가치는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빛을 발한다. 생명공동체가 늘 평화로운 건 아니기 때문이다.(49)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기도 했다. 이미 스스로를 규정해 버린 사람은 다름에 대해 완고하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함으로써 배타적이고 교조적으로 변하게 마련이다.(63)
우리가 같아질 필요가 있을까? 이미 인류는 생물학적인 유사성으로 똘똘 뭉쳐 있다. 거기에 문화적 동질성까지 공유하다 보면 한국인들은 또 그 속에서 더 비슷한 유사성으로 고착된다. 우리에게 남은 이질성과 차별성은 이미 별로 자유로운 공간을 남겨 두지 않는다. 따라서 한 개체가 가지고 있는 상이성을 견디지 못하고 배척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치명적 실수이기도 하다. 우리는 상이성을 서로 찾아 주고 그 상이성에 감탄하고 그 다름에 경이로워할 수 있어야 한다.(69)
배움은 우리를 현명하게 만들고, 현명함은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뱉어 내야 하는지를 알게 해 준다. 다양한 세상, 그것은 여러 색으로 어울려 활짝 핀 아름다움이다. 봄이 아름다운 이유는 여러 꽃들이 어울려 흐드러지게 피기 때문이다. 자신의 꽃을 피워라. 그리고 다른 꽃들과 함께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라.(69)
우리가 누군가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호오의 감정 역시 이러한 우연적인 경험들의 집적에 의해 맹목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라면, 인간이란 얼마나 우매하고 부자유한 동물인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인류가 앞으로 평화롭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 자주 만나고 접촉하는 수밖에 없다.(101)
나는 그를 통해 알게 되었어.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걸. 다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는 걸. 우린 다르기 때문에 친구가 되었어.(125)
이 책은 '나는 다양한 것 중 하나(137)'이므로 '행복을 위한 차이의 인정(150)'을 통해 '서로 다른 것들의 "풍요로운 세상"(159)'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르침을 준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다름을 인정하는 것만큼 '더 많은 축복, 더 큰 공부(165)'는 없다는 확신이 든다.
대학 학부시절, 닮고 싶은 교수님이 한 분 있었다. 나름대로 세상을 안다고 여겼던 나는 그 교수님께서 강의시간 틈틈이 곁들였던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꽤 많은 감명을 받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소위 대학물 먹고 지성인 행세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교수님의 탄식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시의 내가 다름을 인정하는 지성인이 되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할 정도로 적잖은 충격을 받았더랬다.
하루에도 수십번 아니 수백번은 나와 다른 것들을 생각한다. 그것은 생각에 그치지 않고 나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평화를 위해 (심지어) 나와 가장 가까이 있고, 가장 비슷하다고 여겼던 사람들 틈에서도 그들이 나와 매우 다른 존재들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고 싶어한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려는 나의 몸부림은 가끔 가식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가끔 가엾다.
다윈핀치라 이름지어진 새의 모습이 비슷해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나날이 닮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가장 닮은 무리들의 집단 속에서 여전히 우리와 다른 집단을 핍박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기며 '다름'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세상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사는 것만큼 절망적인 것이 또 있을까.
이 책의 네 번째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바로 '절망의 이야기'다. '다름'이 학살당한 역사다. 1931년 중국인 배척 폭동사건의 전말을 읽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아려온다.
사실 이렇게 가슴 아픈 사건들은 여전히 숱하게 일어난다.
오늘만 해도 나는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나도 모르게 속으로 나무라고 있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어리석은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이 매우 부끄러워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노력도 않고, 기대도 않으며, 그 어떤 희망도 품지 않는 것만큼 최악은 없다고 생각한다. 늘 반성하고, 늘 스스로를 격려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당신'의 조화로운 삶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기로 하자.
"우리가 같아질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