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
노엘 샤틀레 지음, 정미애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여전히 어쩌면 영원히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작은 책, 부담없이 펼쳤다. 하지만 다 읽어내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읽다가 멈추기를 여러 차례, 이런 작품은 처음이다. 르노도상을 수상했다더니 그 수상이 당연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다분히 실험적이라 하겠다.
딸은, 죽음을 선택하고 가족이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하게 때로는 그마저도 따뜻하게 바라보는 어머니를, 회고한다. 생명의 탄생을 돕는 일을 해서였을까,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끊겠다는 -딸로서는 당연하지 않은 선택을 - 통보를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는 어이가 없다할 만큼 자애롭다.
잔인하다. 이 세상의 어떤 딸이 엄마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엄마의 마지막 수업이 저자에게 어느 정도 치유와 수용으로 자리매김하였으리라는 믿음도 어쩌면 억지스러울 지경이다.
엄마의 죽음을 일상으로 받아들이기까지 저자의 감성이 얼마나 학대받았을지는 책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것이었다. 기분과 감정의 굴곡을 여실히 드러내는 저자의 서술 기법이 어렵게 느껴져서였는지, 아니면 딸이 처한 현실을 독자의 입장에서 함께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 힘겨워서였는지 공감과 반감의 기복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슬프거나 화가 났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나는 죽음을 준비하는 엄마를 받아들일 수가 없다. 개인적인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탓에 이 책을 읽는 것이 내내 불편하게 여겨졌던 것 같다.
책장을 덮은 지 며칠이 지난 오늘 다시 이 책을 펼쳐 본다. 죽음을 길들일 수 있다던 책 속의 어머니, 지금은 샤워를 마치고 선택한 곳으로 여행을 떠났을 터다. 삶의 끝을 애써 외면하며 사는 삶이 과연 이보다 더 행복할까? 아무도 정답을 이야기해주지 않을 것이다.
작가에게도 이 작업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으리라. 떠나는 엄마에게 그녀가 여전히 엄마를 사랑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장면이 애잔할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