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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평점 :
한마디로 재.미.있.다.
스무명의 작가와 그들의 책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게 전개된다.
(대충 어떤 내용인지는 책의 상세정보에 어느 정도 소개가 되어 있으니 참고하길 바람)
희귀본이 거래되는 시장, 수집가들의 끊이지 않는 책탐.
책의 처음페이지에 실린 - 본문에서 다루고 있는 희귀본의 - 책 겉표지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빠르게 뛴다.
책에 대한 책을 즐겨 읽는 나로서는 최근 독서목록 중 이것을 최고로 꼽고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저자의 삶과 그의 책들 -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그의 손을 거쳐가는 책들 -에 한껏 빠져 들었다. 헌사, 보존상태, 유통상황 등 다양한 변수가 희귀본의 가치를 가감하는 가운데서도 로렌스의 글을 보고 부끄러움을 고백하는 게코스키의 솔직한 면모도 인상적이다. 최고의 작품, 최고의 고전을 감별해내는 그의 능력에 질투난다.
희귀본을 갖출 형편은 못되지만 적어도 이 책에 언급된 작품들을 모두 읽어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표지 뒷면의 서평, '유쾌한 책', 백배공감한다.
덧. 얼마전 <퀴즈쇼> 첫페이지에 작가(김영하)의 서명을 받았던 것이 더없는 기쁨으로 떠오른다.
인상깊은 구절
- 책 수집이 소유와 투자의 울타리에만 갇혀 있을 까닭이 없다. 거기에는 특유의 감식윤리(connoisseurship)가 요구된다. 수집가 자신과 타인 모두를 사로잡는 품목을 학자의 마음으로 창의적이고 실용적으로 모아놓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는 더 공부해야 하며, 감별능력을 곱게 닦아야 한다. 가치의 희귀성, 오늘날 요구되는 바가 이것이다. -----본문 199쪽 중에서
- "나에게 책이란 허공의 목소리처럼 실체없는 존재이다. ...... 초판본이든 최종본이든 무슨 상관인가? 나는 출판된 내 작품을 한 번도 떠들어본 일이 없다. 내게 책이란 출간 시점도 없고 제본이 어떤가도 중요치 않다"--본문 214쪽 중에서, D.H.로렌스 작품목록집 서문에서(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