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 - 국경없는 의사회 이야기
댄 보르토로티 지음, 고은영 그림 / 한스컨텐츠(Hantz)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Mdecins Sans Frontires

 

우리에겐 일반적으로 국경없는 의사회 Inside the World of Doctors Without Borders 라고 알려져 있는 MSF에 관해 이보다 더 생생한 기록은 없지 않을까?

평화교육의 소재로도 익히 활용되었지만, NGO 활동이라던가 봉사의 삶을 꿈꿨던 이들에게 MSF는 상당히 낭만적으로(?) 여겨졌을 법도 하다. 막연하게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 의사들의 자발적인 모임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지라 이 책을 만나게 되니 그동안 정확히 알지 못했던 이들의 활약상 뿐만 아니라 이 단체의 사명, 갈등, 고민 등 이들의 구구절절한 삶과도 마주보아야만 했다.

 

거즘 300여페이지에 달하는 구성이었지만 처음 걱정한 것보다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MSF가 달려가는 곳곳에 펼쳐지는 급박한 상황과 안타까운 삶들에 대한 연민에 휩싸여서일 것이다. MSF의 탄생비화부터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자원하는 의사들의 번민,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제3세계 사람들의 꺼져가는 삶, MSF가 당면한 갖가지 어려움 또는 과제... 이런 이야기들로 MSF가 어떤 단체인지를 좀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타인을 위한 삶이 곧 자신을 위한 삶(순전히 자기만족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이 되어버린 사람들과 그리고 그들이 고수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원칙이 MSF를 지탱하고 있었다. 책에 실린 활동사진과 실감나는 증언들이 MSF에 대한 호기심을 어느 정도 만족시켜 준다. 언젠가 좀 더 삶이 안정되고, 처한 삶 그 이상의 것을 꿈꿀만한 형편이 될 때가 되어서야 봉사활동을 해보겠노라는 나의 호기넘치는 바람이 참으로 부끄럽다. 인도주의의 한계를 끊임없이 경험하면서도 다시 미션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쿠슈네르는 결국은 유렵으로 돌아가서 적십자사와의 약속을 깬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파리의 동료들과 함께 그는 시위와 미디어를 통해서 비아프라의 진상을 일깨웠다. 그는 나이지리아 정부를 제지하기 위해 국제 사회에 로비를 하며, 적십자사가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대량 학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를 지원하고 침묵하는 것, 의료를 지원하며 아이들이 죽게 내버려 두는 것, 이것은 내게는 명백히 공모였습니다" 그는 2003년 하버드 공중 보건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말했다. "중립성은 공모를 낳았습니다. 개입은 우리의 의무입니다." __48쪽 중에서

 

"사람들은 MSF에 대해 듣고 '성자 명단에 오르는 것 아니오?'라고 말하지만 절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저는 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에게 의료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지만, 저는 이 일이 저를 행복하게 만들고 또 제가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것 뿐이지요. 그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에요.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제가 세상을 돕고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장에 가는 것입니다." __77-78쪽 중에서

 

"...'국경없는'은 단지 카우보이식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반항아적인 요소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도주의의 본질적인 요소입니다. 고통을 돌보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___152-153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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