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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게 박사의 위대한 육아조언
얀 우베 로게 지음, 추기옥 옮김 / 들녘 / 2007년 9월
평점 :
양장을 감싸고 있는 표지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 장난기가 가득하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 보기보다 가벼웠던 책의 무게, 그리고 대체로 깔끔한 편집상태. 목차를 봐도 짐작할 수 있듯, 로게 박사는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따라가고 있었다.
여는 글에서 로게 박사는 누군가 자신에게 "다음에 새 책을 낼 때는 색인을 넣어주세요. 그러면 박사님 책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제안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밝힌다. (그렇다고 해도 그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은 없어 보인다.) 자신의 책들이 성공을 보장하는 육아기술을 다루고 있지 않다는 그의 고백은 빈 말이 아니다. 육아와 관련한 명쾌한 처세술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적잖이 실망할지도 모른다.
스티브 비덜프의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을 즐겁게 읽었던 분이라면 좀 더 관대한 마음으로 로게 박사의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육아의 기본은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하는 데 있다. 더불어 아이에게 두려움은 주지 않으면서 엄격한 사랑을 보여주려는 부모의 노력이 지속될 때, 아이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용기를 키우고 성장 과정 중 직면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기에게 적합한 해결 전략을 개발하여 발전을 이룬다.
로게 박사는 먼저 일상적인 아이의 삶을 풀어놓는다. 그리고 다양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마음이 (대체로) 어떠한지를 친절하게 설명한 다음 부모 또는 아이와 대화하게 되는 어른이 참고할만한 몇가지 원칙들을 제시한다. 이 원칙들 중엔 우리에게 식상할 정도로 익숙한 것 뿐 아니라 미처 깨닫지 못해 시도해 보지 않았던 흥미로운 조언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의 조언은 다양한 사례 연구/경험 그리고 그의 견해를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다양한 교육학자들의 선행연구와 상담이론들로부터 비롯된 것들이므로 그것의 실천은 분명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특유의 번역 문체로 인하여 조금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표현들이 간혹 보였지만, 대체로 간결하고 쉽게 쓰여진 글이라 많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읽기는 수월했다. 우리가 한번쯤은 보고 혀를 끌끌 찼을지도 모를 엄마 말 안듣고 제멋대로인 것 같은 아이들의 다양한 에피소드도 가득하다.(이건 순전히 우리의 오해다. 녀석들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특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글이 아니므로 자신이 필요로 하는 내용의 쪽을 찾아 읽어도 좋을 법하다. 교육학과 상담이론을 공부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익숙한 처방을 많이 발견하게 되리라 본다.
부모 되기를 준비하는 사람, 아이를 가르치고 돌보는 사람들이라면, 머리로만 알고 있던 아이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긴 하다. 개인적으로 - 아직 아이를 키우고 있진 않지만 - 부모 되기를 계획하고, 교직에 입문하려는 사람으로서 이 책이 유익했기 때문이다.
딱히 인상깊었던 부분을 선별하기는 어렵지만 (각각의 내용들의 비중을 다르게 둘 수가 없어서.. ^^;), 로게 박사가 드라이쿠르스의 인용을 통해 조언한 부분을 옮겨 보겠다.
드라이쿠르스는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의 목적을 밝혀낼 수 있는 특별한 질문을 개발했다. 그는 "어른이 핵심에서 벗어난 질문을 해대는 걸 보고 아이들은 우리가 뭘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오직 아이들 자신만이 우리의 질문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알 뿐이다. 모든 질문은 '... 하고 싶니?'로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 경계를 침범했을 때 : "내가 너랑 같이 놀아준다면 좋겠다는 뜻이니?. "내가 너한테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니?"
#. 힘겨루기를 할 때 : "넌 지금 나한테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거지?", "네가 결정하고 싶다는 뜻이니?"
#. 복수나 보복행위를 할 때 : "너는 지금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니?", "넌 나한테 벌을 주고 싶니?"
#. 속수무책인 상황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조용히 쉬고 싶다는 뜻이니?", "무엇이 됐든 아무것도 할 생각이 없다는 거니?"
질문을 하되 아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아이들은 보통 숨기는 이유를 스스로 정확하게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가 핵심을 찔러 질문하면 갑자기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 중략 ...
그러다 정확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아이들은 이해받았다고 생각하면서 협조적인 자세를 취한다.
로게 박사의 위대한 육아조언, 331-332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