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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주세요 - 울적하고 속상한 날 ㅣ 그림책 너머
알프 괴칼프 지음, 알렉산드라 파비아 그림, 김배경 옮김, 소이언 해설 / 책속물고기 / 2024년 2월
평점 :
‘기회를 주세요’라는 말이 좋다.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 같다.
길을 찾겠다는 말 같다.
어떤 날 기회를 달라하나 보았더니 ‘울적하고 속상한 날’이다.
‘기회를 주세요’는 은은한 색감으로 채색된 풍경 안에 명상하듯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은 표정의 사람들이 있는 그림책이다.
책 표지를 넘기면 잔뜩 비가 내리고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읽어본다.
“매일매일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한참을 이 말 한마디에 머물렀다.
그리고 다시 책장을 넘기면 ‘울적하고 속상한 날’들이 한바닥씩 펼쳐진다.
비오는 날, 게임에서 진 날, 어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는 날, 화가 많이 나는 날, 나의 노력을 알아차려주지 못한 것이 속상한 날, 다른 사람의 새 옷이 부러운 날, 두려운 것을 만난 날, 먹기 싫은 음식을 뱉은 날, 어른들이 하면 안 된다고 하여 실망한 날, 학교 가기 싫은 날, 친구들과 다투거나 함께 노는 게 재미없는 날, 정든 곳과 이별하는 날, 스마트 기기 속 세상에 빠진 날. 그 모든 날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따뜻한 주문 같은 표현들이 큰 글씨로 쓰여 있다. “그럴 수 있어!” 그 말에 이어서 부정적인 마음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상냥한 조언들을 만날 수 있다.
‘기회를 주세요’라는 말은 내가 나에게 기회를 주자는 말이었다. 나를 속상하게 한 것들, 나를 걱정시키고 불안하게 하는 것들에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말을 건네면 기회의 문이 열린다.
그림책은 어른들도 함께 보는 책이어야 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어주기 전에 내게 먼저 필요한 책 같았다. 울적하고 속상한 날은 사실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 많지 않던가.
타인에게 직접 듣는 조언은 간혹 날카롭고 아프다. 반면 책이 주는 위로와 조언은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주며 속삭이는 말 같다.
상황을 다르게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주문, ‘그럴 수 있어’를 마음에 담아본다.
속상한 날이 종종 있어 따뜻한 조언이 필요한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기회를 주세요>를 추천한다.
매일매일 인생 최고의 날이 될지도 몰라!
내 마음 같지 않고,
내 뜻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투성이지만......
이들에게도 한번 기회를 줘보는 건 어때?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간, 그런 순간들.
2024.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