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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부모의 탄생 - 공동체를 해치는 독이 든 사랑
김현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9월
평점 :
<괴물 부모의 탄생> 공동체를 해치는 독이 든 사랑
일본의 사회 현상이라 일컫는 ‘학교에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몬스터 페어런츠 monster parents’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엇, 우리 나라에도 늘 있지 않나?’, ‘이보다 더 적절한 단어가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등학교 현장에서 자녀의 이익을 우선하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도를 지나치다 싶은 경우가 해를 거듭할수록 계속 늘고 있었다.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학부모들에 적절히 대응할 방법 같은 건 없었다. 괴물 부모를 만난 교사들 또는 아동 교육 관련 직업 종사자들 일부는 물리적 위해,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면서 자신의 일에 더 이상 종사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
존경했던 선생님이 가르쳤던 학생과 괴물 부모의 거짓말로 무너져 극단적인 선택을 운운하셨을 때, 그 괴물 부모의 악의에 치가 떨리고 제발 천벌 받기를 바랐다. 무고가 밝혀지고, 선생님은 오래 사랑하고 헌신했던 교직을 그만두셨고, 그 학생과 괴물 부모는 여전히 그 학교에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냈다. 직접 지켜본 그 괴물이 너무 끔찍해서 당시 상황을 함께 겪은 많은 선생님들은 트라우마에 휩싸였다. 괴물 부모는 어디에나 계속 우리 곁에 있었다. 그들의 기분을 거스르면 더 이상 가르칠 수 없게 된다는 공포가 교육 현장에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했다. 가슴 아픈 선택을 하시는 선생님들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김현수 선생님의 ‘고 서이초 교사 49재 추모 집회 추도사’를 온라인을 통해 들었었다. ‘혼자 두지 않겠다’는 위로가 참으로 감사했었다. 그 후 김현수 선생님이 <괴물 부모의 탄생>이라는 책을 내신 것을 알게 되어 이 책을 꼭 읽어 보고 싶었다. 읽으면서도 이 책을, 글을 읽을 줄 아는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괴물 부모’는 단순히 부모와 자녀, 교사, 교육현장에 국한시켜 봐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혐오의 시대, 인간성 상실의 시대, 자신의 경쟁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하는 현실이다. 사회 전체의 인간성 회복을 위해, 또 다른 괴물 세대를 낳지 않기 위해 ‘괴물 부모 현상’을 알아차리고, 반성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와 나의 자녀가 진정 안전하게, 그리고 다른 좋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길 바란다면 건강한 부모의 역할을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분노하는 나는 괴물 부모가 아닌가? 내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에 독이 섞이진 않았나 점검해봐야 한다. <괴물 부모의 탄생>을 읽으며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모습을 돌아본다.
<괴물 부모의 탄생>은 괴물 부모와 그 자녀들의 특징, 괴물 부모의 신념, 괴물 부모가 되는 이유, 괴물 부모 현상의 사회적 해결을 위한 제언 등을 담고 있다. 몰랐다가 알게 된 점도 있고, 읽다가 분노하게 되는 지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작가님의 제언이 꼭 사회 전반에 닿아 더욱 건강한 부모 자녀 관계,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이 자리잡는 학교 교육 현장을 위한 사회적인 지원과 장치가 꼭 마련되길 바란다.
202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