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
김현수 외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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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마다 그 날이 오면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그 날의 뉴스가 오보이길 바라며누구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뉴스가 거듭 전해지길 간절히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그 날 벌어진 일은 아주 먼 곳에 있었던 내 일상을 꽤 오래 흔들었다다음 해다시 다음 해아이들에게 그 날에 대해 아무 말도 전하지 않으면 나의 죄가 깊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과 언젠가 내 기억 마저 희미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누르고그런 날이 있었다고여전히 아프고 슬픈 사람들이 있다고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참사는 그 전에도 있었고그 날로 끝도 아니었지만학교 현장에 있고해마다 체험학습 현장으로 아이들을 인솔하던 내게 세월호라는 단어는 엄청난 슬픔과 불안을 일으키는 버튼이다그래서 이 참사로 애도 수업을 운영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고누군가로부터 듣기 싫은 소리가 전해질까 두렵기도 하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참사 소식이 전해지면 한동안 집단 슬픔집단 우울에 빠지고다시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그 시간들을 견디는 듯 하다그 감정들을 외면하고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금세 괜찮아진 것처럼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러다 충분히 슬퍼하지 못하고 견디던 어느 날 갑자기 아파하거나 무력감에 사로잡히는 사람들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헤어짐은 만남의 끝에 예정된 일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것.



  잘 떠나보내는 일슬픔을 치유하는 일따뜻하게 위로를 나누는 일... 이런 것들은 어디에서 배워야 하는걸까어린 시절의 나는 숱한 헤어짐과 상실을 겪었지만 그 사실들을 부정하고 회피하며 견뎌왔던 것 같다도움이 필요했는데도움을 청하지 못했고오랜 시간 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우울한 표정을 짓는 학생이었다그래서 성인이 되었을 때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곁을 지켜줘야 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공감하기독서 치료놀이 치료집단 상담 등 다양한 방법을 적용한 수업들을 운영해보았지만제대로 된 애도 수업을 해봤다고 자신할 수 없다그래서 <선생님을 위한 애도 수업>이란 책이 출간된 소식을 들었을 때 꼭 읽어보고 싶었다.



  슬픔과 애도에 대해 이해하고학생들의 반응제대로 위로하는 말학생들이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구체적인 애도 과정학교의 위기 대응 절차교실 대화 발문애도 수업 예시 등 필요한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목차를 보면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들한 번 읽으면 안되고두 번세 번네 번... 해마다 읽어야 한다이 책을 통해 슬픔을 치유하는 힘을 길러주는 애도 수업은 많은 사람을 고통에서 구하는 수업이기도 하다는 걸 깨우치게 되리라.



  슬픈 일이 늘 있어서야 안되겠지만이 책 한 권을 곁에 두니 애도가 필요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침착하게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차오른다잊지 않아야 하는 죽음참사가 있어서... 내년 봄, 여름, 가을, 겨울에도 다시 이 책을 펼쳐 줄을 긋고 애도와 위로의 말들을 한 번 더 마음에 새긴 뒤 아이들에게 함께 애도를 나누자는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2023.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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