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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빌려주는 도서관 ㅣ 그래요 책이 좋아요 5
미셸 멀더 지음, 설은정 그림, 김은영 옮김 / 풀빛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클로에는 아빠와 할아버지가 혼자 살고 계시던 빅토리아로 이사했다.
엄마와 친구 소피아와 함께 했던 일상을 그리워하던 것도 잠시, 할아버지의 채소밭 가꾸는 일을 돕게 된다. 이후 할아버지의 죽음과 마주하게 된 클로에는 이별의 시간을 견디며 가족과의 갈등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안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할아버지처럼 씨앗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품게 된다.
‘멸종 위기 채소들의 씨앗’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가족, 이웃, 친구, 자연 등에서 현실의 다양한 갈등 상황들을 꺼내 이렇게 멋진 이야기 한 편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작가의 통찰력에 경의를 표한다.
번역도 매끄러워 술술 잘 읽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아름다운 삽화들을 한참 바라보는 일이 즐거웠다.
서울에도 ‘씨앗도서관’이 있다니,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니라 당장은 방문이 어렵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다.
p.69
할아버지가 온실 한구석을 뒤지는 동안, 유리창 밖을 내다보았다. 비어 있는 정원을 보면서, 할아버지 말처럼 온갖 식물과 채소가 가득 차는 광경을 떠올렸다. 전 세계에서 흘러 들어온 씨앗으로 기른 채소 중에 어떤 것은 이제 원산지에서도 볼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키우는 것이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피아네 고모할머니의 비닐 쇼핑백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이것들은 멸종 위기종이니까. 게다가 음식이고, 역사가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할아버지가 평생을 바친 결과물이었다.
p.210-211
할아버지는 그 씨앗 상자의 미래를 꿰뚫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끝까지 붙들고 싶은 것은 나와 우리 가족이었다. 할아버지가 나를 채소밭에 끌어들인 이유는 애초에 할아버지가 채소를 기르기 시작하던 때(할머지가 돌아가시던 해) 이후로 깨지고 흩어져 버린 모든 것을 다시 되돌려 놓고자 하는 마지막 시도였다.
2021.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