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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해? ㅣ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마리안느 머스그로브 지음, 김호정 옮김, 셰릴 오르시니 그림 / 책속물고기 / 2018년 11월
평점 :
꼭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해?
루시는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루시는 매번 나쁜 아이가 되어 있다.
루시와 같은 아이들을 나는 매일 교실에서 만난다. 그 때문인지 이야기 전반부에서의 나는 루시에게 감정이입이 되기보다 말썽을 부린 뒤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철없는 루시를 바라보는 어른이었다. 도대체 저 아이는 왜 그러는걸까? 어째서 조용히 말할 수 있는 일 앞에서 비명을 지르는걸까? 조금만 참으면 될텐데, 자꾸 사고를 치는걸까? 루시가 아무리 억울하고 서럽다 말해도 나는 그런 루시를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나는 어린 시절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 배려없는 행동, 남들이 하지 않는 튀는 행동을 매우 부끄럽게 여기던 아이였다. 보통 사람들에게 우수하고 착한 아이, 모범적인 아이였던 내게 루시는 엉뚱하고 대책없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가득찬 사고뭉치다. 물론 루시가 직접 쓴 시가 오해를 받게 되거나 할머니가 루시의 말을 거짓말로 생각한 점은 분명 억울했을 것이다.
p. 94
이제 신터클라스 날까지는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루시는 너무 늦기 전에 ‘착한 아이 루시’의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결심했다.
루시는 진심으로 착한 아이가 되고 싶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의 목록을 만들어 좋은 게 뭔지 알기를 원한다. 그리고 좋은 물건 구분하기 실험을 진행하다가 결국 자신이 직접 그 실험에 참여한다. (*좋은 달걀과 나쁜 달걀 실험) 오해는 풀렸고, 서로의 진심을 확인하고, 루시는 자신이 본래부터 착한 아이였음을 깨닫는 것으로 이야기는 매듭지어진다.
우리는 세상 만물을 다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나 조차도 나를 온전히 알지 못한다. 그 때문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를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작지만 큰 시도라고 생각한다. 말썽을 피우는 모든 아이들이 정말 나쁜 아이들일까? <꼭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해?>는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던 아이가 사실 어떤 생각 속에 사로잡혀 있었다가 그 상황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연들을 내보인다. 어쩌면 모든 아이들은 사랑받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그래서 자기가 나쁜 아이일까 봐 고민하고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건 아닐까. 그 점을 아이의 친구들과 어른들은 알아차려줘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를 방해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의 마음에 들기 위해 진짜 나를 참고 숨겨야 착한 아이가 되는 걸까? 착한 아이는 이미 우리 안에 있는데, 우리는 서로 많은 것들을 감추고 있어서 늘 오해하고 다투는지도 모른다. 자꾸만 꼬이는 일상 가운데 가끔 꽤 좋은 날이 있다. 숨겨뒀던 진짜 마음과 진짜 마음이 만나는 날이다.
책을 덮으니 나는 루시의 마음을 조금 알아차린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 루시와 같은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 아이들의 진짜 마음에 더 닿을 수 있는 한마디와 행동을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과 그들을 닮은 루시라는 친구에 대해 수다떨며 각자의 마음 안에 있는 착한 아이들을 불러내 함께 놀면 좋겠다. 엉뚱해서 주위 사람들을 가끔 곤란하게 해도 루시와 함께라면 심심할 일은 없겠다. 물론 나쁜 아이, 착한 아이 실험만은 안된다.
2018.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