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어 수업 -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뒷 장을 먼저 읽고 이 수업이 주는 매력 살짝 엿보기

 

책을 펼치기 전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게 라틴어 수업이 필요할까무슨 의미가 있을까라틴어를 배우는 사람들은 왜 그 언어를 배우고 있는걸까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라틴어가 배우고 싶어질까이 책에 대한 호기심은 나름 타당했던 것일까?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을 먼저 읽었더랬다많은 사람들이 괜찮다’,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난 뒤에야 안심이 될 것 같아서다.

 

책의 뒷부분에 실린 저자의 감사의 글과 제자들의 편지를 먼저 읽었다생소한 수업에 처음 들어가기 전 긴장을 풀려는 몸풀기와 비슷한 생각에서였다.

도대체 어떤 수업이길래 이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감사하다고 말하는지 궁금해졌다.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갔고, 책장을 넘기다 연필을 들었다. 정신없이 밑줄을 치며 되새기다 보니 스물여덟번의 수업이 끝났고, 먼저 읽었던 감사의 글을 다시 만났다.

 

살아가는 이야기다삶과 사람 그리고 나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고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이야기다.

 

첫 수업 날 휴강을 말해주는 교수님을 뒤로 하고 강의실을 나서는 이들이 역시 명강의야!’라고 한마디 하던 그 순간부터 수업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기 안의 투명한 불꽃(nebula)을 찾아 나서며 그 수업을 기리고 감사해하는 그들의 지금 이 순간까지잠시였지만 함께여서 행복했다진즉 이런 수업을이런 스승을 만났더라면 내 삶을 좀 더 일찍 돌아보고힘겨웠던 시간들은 더 견딜만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물론 순전히 혼자 힘으로 이만큼 살아온 것은 아니다좋은 사람들좋은 책들예상치 못했던 소소한 도움들을 만났었다그리고 살아갈 영감과 희망그리고 현실적 지침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간절하다.

 

지식의 책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꼭 들어야 하는 수업

 

지금은 쓰이지 않는 언어이면서 문법이 매우 복잡한 라틴어를 왜 배우는걸까라틴어 학습은 평범한 두뇌를 공부에 최적화된 두뇌로 활성화시키고 사고 체계를 넓혀준다.(17또한 그 언어를 익히기 위해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호기심과 애정을 가짐으로써 지적 호기심을 해소하는 기쁨도 얻을 수 있다.(23저자는 라틴어 수업을 통해 학문을 하는 틀이자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작업즉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의 책장을 만드는 일을 돕는다.(28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이보다 멋진 사명이 또 어디 있을까?

 

매일 스스로에게 충분히 사랑하고 소망하는지를 묻겠다.

 

누구 못지않게 충분히 방황하였고흔들렸다고 생각했다다양한 사람들과 상황을 경험하고다양한 책들을 읽으며 옳다고 믿는 길행복한 길을 찾고 또 찾았다나를 이끌어준 모든 것에 늘 감사하다이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도 내 앞에 펼쳐진 불투명한 길위의 삶을 위로하고 견디는 데 쓰이리라무엇보다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들이 생겼다전부 옮겨 쓸 순 없지만마음에 깊이 담은 저자의 질문들진정한 나로 살 수 있도록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그 물음들을 떠올리고 끝없이 자문자답하며 살아야겠다.

 

Dum vita est, spes est.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

 

단순히 이루고 싶은 무언가를 위한 삶이 아닌인간이 구분지은 경계신의 뜻과는 무관한 인간의 욕망들불합리하고 불가해한 세상의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살면 좋겠다는 저자의 마지막 질문이 귓가를 간지럽힌다.(284)

 

여러분은 무엇을 꿈꾸고 있습니까?

무엇을 희망하고 있습니까?

 

 

나누고 싶은밑줄 그은 문장들 중에서

 

  • 아지랑이라는 단어가 억겁의 시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쉽게 포기하지 말고 시시때때로 그렇게 우리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35)
  • 공부한다는 것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보는 일입니다그리고 이 단어가 원래 의미하는 대로 보잘 것 없는 것’, ‘허풍과 같은 마음의 현상도 들여다보기를 바랍니다이것은 힘들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35)
  • 언어는 사고의 틀입니다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수평성을 가지고 있는 라틴어가 로마인들의 사고와 태도의 근간이 되었을 겁니다.(45)
  • 이제는 정말 공부해서 남을 줘야 할 시대입니다지금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더 힘든 것은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의 철학이 빈곤하기 때문입니다자신이 한 공부를 나눌 줄 모르고 사회를 위해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56)
  • 엄청난 시간과 열정을 들여 공부를 한 머리만 있고 따뜻한 가슴이 없기 때문에 그 공부가 무기가 아니라 흉기가 되어버린 것입니다.(56)
  • 나만 생각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더 넓은 세계의 행복을 위해 자기 능력이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한 차원 높은 가치를 추구했으면 좋겠습니다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과 달라야 하는 지점은 배움을 나 혼자 잘 살기 위해 쓰느냐 나눔으로 승화시키느냐 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57)
  • 우리는 다른 사람을 관찰하듯이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관찰합니다다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할 뿐이죠특히 자신의 단점에 대해서는 더 모르는 척합니다자신의 약점과 맞서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자기의 약점이나 단점과 직면했을 때 시선을 돌려 자신의 환경에 대해 불평해요특히 부모님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불평하는 것은 가장 하기 쉬운 선택입니다양심상 결코 마음이 편한 일은 아니지만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것보다는 덜 아픈 일이죠그래서 우리는 항상 스스로에 대해 실망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61)
  • 자기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고또 환경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합니다.(63)
  • 어느 세대든 다 끊임없이 흔들립니다책임지는 것은 어느 나이든 다 어렵습니다.(64)
  • 무엇보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가 나를 숨마 쿰 라우데라고 하지 않아도 우리는 숨마 쿰 라우데라는 존재감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겁니다우리가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로 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하고 보잘것없게 만드니까요그런 가운데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나를 존중해주겠습니가우리는 이미 스스로에또 무언가에 숨마 쿰 라우데입니다.(74, *숨마 쿰 라우데 Summa cum laude 최우등)
  • 남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으며 세상의 기준에 자기 자신을 맞추려다보면 초라해지기 쉬워요하지만 어떤 상황에 처하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때 자기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습니다그리고 훗날에는 그런 사람이 한 번도 초라해져본 적 없는 사람보다 타인에게 더 공감하고 진심으로 그를 위로할 수 있는 천사가 될 수 있습니다.(77)
  • Non efficitur ut nunc studeat multum, sed postea ad effectum veniet. 지금 많이 공부해서 결과가 안 나타나도언젠가는 나타난다.(90)
  • 그래서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치열하게 달려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공부든 사랑이든일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럴 수 있는 뭔가를 만나고 그만큼 노력을 한 다음에 찾아오는 이 우울함을 경험해보기를 바랍니다그러고 나면 아마도 또 다른 세계가 여러분 눈앞에 펼쳐질 겁니다.(137)
  • 내 작은 힘이나마 필요한 곳에 더불어’ ‘함께’ 하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주위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않는다면삶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어도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겁니다아니지금보다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요? // 수업을 마치며 이와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 우리는 그대가 안녕하기를 바라는가?/우리 사회는 얼마나 이웃이 안녕하기를 바라는가?/당신이 잘 있는 것이 바로 나와 또 우리가 잘 있는 것이 아닐까?/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 극심한 통증을 누가 멈출 수 있을까?/사실 우리는 그 해답을 알고도 해결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147)
  • Si vis vitam, para mortem. 삶을 원하거든 죽음을 준비하라(157)
  • 시인 호라티우스와 키팅 선생의 말은 내게 주어진 오늘을 감사하고 그 시간을 의미있고 행복하게 보내라는 속삭임입니다오늘의 불행이 내일의 행복을 보장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오늘을 행복하게 산 사람의 내일이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그러니 카르페 디엠오늘 지금 여기에서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164)
  • Tempus fugit, amor manet. 시간이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171)
  • 나는 정작 사랑을 빼고 무엇을 남기려고 하는 것일까? / 사랑이 빠지면 그 무엇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질까? /나는 무엇을 남기려고 이렇게 하루를 아등바등 사는가?(171쪽)
  •  우리는 보통 나와 같은 또래의 사람이 무언가 큰 성취를 이루었을 때나는 그동안 뭐했나 싶은 생각을 하거나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생각에 좌절감과 열등감을 느낍니다하지만 절대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그것은 나 스스로를 미워하고 학대하는 것과 같아요사회로 나가면 언제든 대체로 내가 처한 상황은 불리합니다나를 칭찬하는 사람들보다 나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많고나를 치켜세우려는 사람보다 깎아내리려는 사람이 더 많죠그런데 이런 환경 속에서 나마저 나를 미워한다면 더 이상 누가 날 사랑하겠습니까나마저 자기 자신을 힘들게 하지는 말아야 합니다내 나이 또래의 사람이 무언가를 이뤘지만 나는 아직 눈에 띄게 이룬 것이 없다면그와 내가 걷는 걸음이 다르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나와 그가 가는 길이 다를 뿐이죠.(181)
  •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아야 합니다. / 나는 매일매일 충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나는 남은 생 동안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이 두 가지를 하지 않고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267)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07&contents_id=106655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2017.7.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