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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졌다! ㅣ 사계절 그림책
서현 글.그림 / 사계절 / 2012년 6월
평점 :
같은 작가의 <눈물바다>를 가지고 있다. 어른이 봐도 좋은 동화책이라 생각했었다. 주인공처럼 실컷 울고 내 눈물로 만들어진 바다를 유유히 항해하는 기분, 어쩐지 속시원했다. 그래서였을까. 이 작가의 새 책 <커졌다>에 대한 기대가 당연했다. 기대는 나를 등지지 않았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또래에 비해 매우 작았던 내게 주인공의 '나는 작아요'라는 첫 말이 짠하게 들려왔다. 나 역시 어떻게 하면 클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주위의 큰 친구들에게 그 비법(?)을 묻고 실천하기를 수차례, 열여섯이 되어 훌쩍 크기 전까지 좌절과 실망은 피할 수 없는 길이었다. 나도 작가처럼 상상했던 적이 있었다. 나무처럼, 꽃처럼 물만 먹어도 키가 쑥쑥 컸으면 좋겠다고. 막상 어린 시절 상상을 이렇게 구체화된 책의 형태로 만나니 절로 유쾌해졌다. 그런데 얼른 크고 나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많이 커진 주인공이 금방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고, 그래서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마시고, 더 많이 크고... 끝내 지구까지 삼켜버리게 되었다.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 책을 통해 확인해야겠지?
작아서 고민인 친구들에게 고민의 크기를 줄여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언젠가는 모두 적당히 자라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잘하겠지만, 당장 많이 크지 않더라도 그것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걸, 이 책이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아홉살 우리반 아이들에게 읽어줘야겠다. 벌써부터 아이들의 반응이 기대된다.
(추가 후기 : 아이들에게 읽어주니 반응이 한마디로... 폭발적이다. 그림도 재미있어 하고, 이야기도 흥미로워한다. '다음엔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물음에 다들 할 말이 많다. 이 책 한 권으로 기대 이상의 즐거운 시간을 가져서 참 행복했다.)
2012.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