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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 직녀 ㅣ 비룡소 전래동화 8
김향이 지음, 최정인 그림 / 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내가 최근 사랑이야기를 읽어봤던가?
실은 바쁜 일상에 치여 어떤 이야기도 소화하기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만 했다.
소위 로맨스 소설이라는 장르의 책들에 몰입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가 꽤 깊어져 전공 관련 책, 교육 관련 화제를 다룬 책, 처세술 등의 (딴에는) 실용서들과 매우 친해져버렸다.
하루에 20분, 아니 단 10분만이라도 마음을 데워주는 책을 읽어보자고 다짐하기를 수십차례. 결국 좀 가볍게 시작하자라는 마음으로 고른 동.화.책. <견우직녀>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는 진작부터 잘 알고 있었으니 솔직히 내용이 궁금하진 않았다. 나를 사로잡은 것은 바로 삽화였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자주 접해 상식(?)처럼 자리잡고 있는 이 뻔한 이야기가 섬세한 선으로 그려지고 화려하게 채색되었을 때 전과 다른 감명을 줄 것 같았나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감은 적중했다.
책을 펼쳐드니 글이 많지 않아 소리내어 읽기로 한다. 조용한 목소리로 가만 가만 한 글자 한 글자 읽자니, 정갈한 글자들이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때로는 애틋한 이야기가 큰 메아리가 되어 가슴에 부딪쳐온다. 아련함. 애닲음. 이보다 더 슬픈 사랑 노래가 또 있을까? 오래전부터 이 이야기를 읽고 알아왔으면서 나는 한 번이라도 슬펐던 적이 있었나? 나도 모르게 고개를 젓는다. 동화책만 모아두는 책장이 따로 있을 정도로 동화를 좋아하지만, 돌이켜보니 나는 동화책을 아기자기한 이야기, 예쁜 그림 그리고 교훈이 있는 '교과서' 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진 않았나 싶다. 그동안 어떻게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일까 하는 자책감도 밀려온다.
참 예쁜 글, 참 예쁜 그림, 참 예쁜 책. 참참참, 참 3개가 아깝지 않다.
낱말 하나 하나에 지은 이가 들인 공이 느껴진다.
커다란 책 속 가득 찬 선명한 속그림들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메마른 감성에 단비가 소나기처럼 쏟아진 느낌이다.
이 이야기의 참맛을 나만 혼자 알면 안될 것 같다.
그대, 거기 있나요?
날 보고 있지요?
우리, 함께 봐요~
슬프도록 아름다운.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단어가 있나 종종 생각하면서도... 가끔 내가 이 말에 공감하고 있다고 착각하곤 했다. 슬픔과 아름다움이 서로 어울리던가? 어쩐 일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이 표현이 내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2009.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