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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일회 一期一會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맑은 복, 맑은 글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결코 물질의 많고 적음에 달려 있지 않다(36)고 말하는 법정스님의 가르침은 <무소유>를 비롯한 여러 작품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르침이 단 한번에 우리 삶에 반영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리 되풀이하여 읽고 들어도 지나치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바람에 스트레스 지수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보니 마음 수련을 하려고 무던 애를 쓰다가 이 책을 만났다.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더랬다. 마음에 짐 하나 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책장을 펼쳤다.
법정스님을 직접 만나 뵌 적은 없어도, 그 분의 글의 향기를 기억하고 있으므로 오래전 친구와의 조우마냥 마음이 따뜻해진다.
법정스님은 특정 종교에 토대를 두고 특정한 교리를 설파하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분이 아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점은 특별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상황과 타인에 휩쓸리는 요즘 사정 때문인지 법정스님이 소개해주는 다양한 교훈이 주옥같다. 보왕삼매론(37), ‘맑은 복 여덟 가지’(45), 적벽부(48), 자비경(70). 산티데바의 법문(218), 법구경(287, 318, 322), 숫타니타파(323) 등 최근 내 생활에 깨달음을 주는 좋은 글월들이 기다려왔던 선물인 것만 같다.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오만한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일어난다.
그래서 옛 스승들이 이르시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신 것이다. <보왕삼매론> (37)
한 편 한 편의 글이 깊은 생각 속으로 나를 이끌었지만 그 중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종교, 위대한 종교는 ‘친절’이라 하신 부분은 어떻게 하면 내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현명하게 가꿀 수 있는 가에 대한 해답이 되었다.
최근 내가 힘겨웠던 이유는 사람과 사물에 품었던 지나친 욕망 때문이었으리라.
법정스님이 <숫타니타파>의 ‘성인의 장’ 중 가장 좋아하는 구절(323)이라는 다음 구절을 끝으로 이 리뷰를 마무리하련다. 나도 이 글이 참 좋다.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못처럼
남에게 이끌려 가지 않고,
남을 이끄는 사람이 되라.
장혼의 맑은 복, 여덟째, 좋은 책을 소장한 것(45)
2009.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