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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쁨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08년 3월
평점 :
기쁨의 꽃시들
띠지의 그림이 인상적이어서 선뜻 이 책을 골랐다. 마치 내가 좋아하는 안개꽃다발인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을 여러 권 만나온 터라 큰 고민이 없었다. 학창시절 한참 시 읽기에 열정이 많아 시인이 되기를 꿈꿨을 적엔 시라는 것이 어렵고 심오해 뭇사람들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시인이 되기를 머지않아 포기해버렸던 것 같다.
이해인 수녀님을 비롯해 그녀의 시와 비슷한 감성을 선사하는 여러 시인들의 시를 만나고 난 뒤 시(詩)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털어낼 수 있었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가슴이 뛴다면, 나는 詩를 읽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시는 때론 동시처럼 천진난만하고, 친구에게 보내는 따뜻한 사연이다. 겸허한 기도문이기도 한 그녀의 시를 읽고 있으면 내 마음도 낮아지는 느낌이 든다.
수녀님은 <작은 위로>의 자매시집이라 여기고 싶은 마음에 이번 시집을 <작은 기쁨>이라 이름 붙였다고 했다. 그녀의 '작은 기쁨'이라는 시의 내용처럼 작은 기쁨과 친해지고, 작은 기쁨을 부르면 고맙고 즐겁고 자꾸만 웃게 될 것만 같다.
그녀의 시에는 자연의 모습이 많이 나타난다. 나 역시 그런 소재들을 좋아하는 터라 그녀의 시를 읽고 있으면 마치 꽃밭에 앉은 기분이다. 그녀의 다른 시집에서도 많은 종류의 꽃이 핀다. 발문을 쓴 시인 강희근님의 표현처럼('지상에 핀 천상의 말꽃') 나는 그녀의 말꽃, 꽃시가 참 좋다.
이 겨울 그녀의 꽃시들을 보며 한결 마음이 따뜻해진다.
좀 더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시 두편을 마지막에 옮겨두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시간의 선물
내가 살아 있기에
새롭게 만나는 시간의 얼굴
오늘도 나와 함께 일어나
초록빛 새옷을 입고
활짝 웃고 있네요
하루를 시작하며
세수하는 나의 얼굴 위에도
아침 인사를 나누는
식구들의 목소리에도
길을 나서는
나의 신발 위에도
시간은 가만히 앉아
어서 사랑하라고 나를 재촉하네요
살아서 나를 따라오는 시간들이
이렇게 가슴 뛰는 선물임을 몰랐네요
꽃과 나
예쁘다고
예쁘다고
내가 꽃들에게
말을 하는 동안
꽃들은 더 예뻐지고
고맙다고
고맙다고
꽃들이 나에게
인사하는 동안
나는 더 착해지고
꽃물이 든 마음으로
환히 웃어보는
우리는
고운 친구
2008.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