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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돼지
엘케 하이덴라이히 지음, 미하엘 소바 그림, 임정희 옮김 / 화니북스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분홍색 표지와 '분홍돼지'라는 앙증맞은 겉표지가 꽤나 매력적이었다.
그렇지만 작고 얇은, 그리고 인생의 숨은 의미를 깨닫게 해주겠다고 괜한 호기를 부리고 있는 듯한 뻔한 느낌의 책을 펼치면서 대단한 기대 따위는 애초에 버렸다.
도대체 분홍돼지라는 것이 뭘까? 분홍돼지라는 것이 주인공이 되어서 사람처럼 말이라도 건다는 것일까? 두고보자는 듯이 책장을 넘기고 있자니 10여분도 안되어 책읽기는 끝이 났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여운이 감돈다.
누군가에게는 리사, 누군가에게는 엘리, 누군가에는 릴리, 또 누군가에게는 베티였던 그래서 실제 자신의 이름이 엘리자베스였다는 사실을 추억처럼 떠올리며 지금은 베로니카인 그녀. 그녀가 어느날 만난 분홍돼지, 에리카. 에리카를 원하는 사람들. 에리카를 꿈꾸고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 결국 에리카가 에리카를 닮은 전 부인을 추억하는 한 남자를 새롭게 만나게 되는 가운데, 나 역시 그 짧은 시간동안 에리카를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이것은 사랑과 관심을 생각하게 하는 책.
동심을 뛰어넘은 진정한 관계를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다.
이 책을 다 읽자마자, 마음에만 담아두기 어려웠던 것을 누군가에게 이동전화의 문자로 전송하고 말았다. "나에게도 분홍 돼지가 필요해."
덧.
책읽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라도 부담없이 선물하기에 추천할만한 책이다.
2007.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