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기 베인
더글러스 스튜어트 지음, 구원 옮김 / 코호북스(cohobooks)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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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채로운 컬러로 물든 표지와는 달리 그레이 스케일의 세상을 살아가는 듯한 셔기 베인과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흑백영화처럼 머릿속에 재생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때 한 선택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에 후회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좋아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조금만 더 평범했더라면, 조금만 더 중독에서 벗어났더라면, 조금만 더 나은 선택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그네스의 사랑은 무한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난과 중독의 파도 속에서는 힘없이 침몰한다. 낙후된 곳에서도 선택받고 싶어 하는 욕구를 버리지 못해 항상 본인을 치장하고 그곳의 사람들과 다르다는 높은 자존감이 결국 아그네스를 좀먹고, 그녀의 아이들의 꿈과 미래마저 앗아간다. 자식을 사랑하지만, 중독이라는 덫에 걸려 헤어 나올 수 없는 그녀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꼭 사라지기 위해 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따금 등장하는 일상의 작은 행복은 그저 단순히 행복으로 느껴지지 않고, 후에 일어날 또 다른 불행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마치 길들여진 고통은 순종적이고, 기다리는 슬픔을 맞이하는 것이 그들의 삶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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