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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현실이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근사하게 산다는 뜻이었다 .
선명한 밝은 주황색을 지닌 손에 꼭 맞는 작은 책은 '가볍게 읽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표지 뿐만 아니라, 군데 군데 그려진 사랑스러운 일러스트들은 소녀(감성)인 주인공과 잘 어울렸다.
각주나 주석은 일일이 찾아봐야 되서 귀찮은데,
이 책은 작은 분홍보라색 글자로 바로바로 설명이 되어 있어서 좋았다. 거기에 설명도 조근조근하니 친절했다.
각주까지 '모리마리' 다웠다.
여자는 죽을 때 까지 소녀라고 하는데, 마리는 그에 걸맞은 삶은 가잘 '잘' 살아냈다.
내가 마리였다면 두 번의 이혼을, 아니 한 번의 이혼이라도 버틸 수 있었을까.
그녀의 삶과 다르게 이 책 내용은 (어머니의 보석을 판 내용을 빼고는) 밝고 상큼하다.
뭐랄까, 한 두살 많은 귀여운 언니랑 통화하는 느낌이랄까.
이 책에는 따라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요리법도 많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오이무침도 우리집과 하는 법이 달라서 신기했다. 맛있을까? 하지만 해보고 싶을 정도로 표현이 생생하다.
특히나 정확한 계량 없이(식빵푸딩 만들 때 빼고) 부정확한 표현인 "많게", "적당히", "살짝", "잽싸게"라는 표현이 너무도 좋았다. 이런 "부정확한" 표현들로도 요리가 가능한 거 보면, 요리하는 사람들끼리는 통하는게 있고, 이게 바로 요리의 매력이다.
입맛은 사람마다 다 다른 법이니까 내 입맛대로 "얇게", "적당히", "살짝", "잽싸게" 만들면 되는 거니까.
6월 6일, 현대의 식습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그녀는 자신이 6월 6일에 죽을 줄 알았을까? 그녀의 수필 중 첫 단락에 날짜가 명시된게 그녀가 세상을 떠난 날이라, 그 부분을 읽을 때 기분이 묘했다.
그러나 드라마 주인공을 보고 화내는 어리석은 일을,
다른 시대, 다른 나라 사람도 했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다.
책은 작고 글맛도 좋아서 금방 읽을 것 같지만, 요리법 하나에도 작가의 인상이 투영되어 천천히 읽다보니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작가의 인상들 하나하나가 귀여워서 읽는 맛이 더 좋다.
연인같았다는 마리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마리의 아들이 세수대야만한 그릇의 음식들을 다 먹은 건, 맛도 맛이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먹은게 아닐까 싶다.
마리는 자신이 자신의 행동에 존칭을 썼는데 그 부분은 신기했지만, '마리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리는 일본보다는 독일과 프랑스가 더 좋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처음엔 사대주의인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알았다.
마리에게 유럽은 아버지였다는 걸. 아버지가 느끼는 데로, 아버지의 무한한 사랑을 받은 마리가 느끼는 거고.
그 안에서 취향으로 보이는 <사랑>이 대물림되는 거라고.
소녀소녀한 책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강한 사랑과 삶에 대한 태도가 녹아 있었다.
철 없어 보이지만, 그것이 마리가 가진 <강함>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66쪽 [절구] : 다섯명절 중 하나로 현재는 특히 3월 3일, 5월 5일을 말합니다.(네이버 일본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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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북스에서 책을 지원받아 글을 남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