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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끌리면 가라 - 히말라야.킬리만자로 편
전정순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전정순의 ‘마음이 끌리면 가라’(생각나눔 2010)을 읽었다. 전문 여행가인지는 모르지만, 많이 알려진 여행가는 아닌데, 여행한 느낌을 책까지 낸 것을 보면 보통 분은 아니다. 남들보다 좀 더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여행기를 인터넷 공간에 올리는 경우는 많지만, 책까지 출판한 경우는 많지 않다. 나또한 백두산과 고구려유적 탐방 10일, 실크로드 10일, 인도 20일정도 다녀왔지만 그리고 사이버카페 같은 곳에 여행기를 올렸지만, 책까지 출판하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는다. 갔다 와서 여행기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책까지 출판하는 경우는 대단한 노력은 사실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출판사가 덥석 ‘여행기 냅시다.’ 조르는 형편도 아니다. 내가 쫒아 다니면서 한번 ‘책으로 엮고 싶다.’ 고 하고 더 나가면 제작비도 내야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사진이 실리는 여행기는 제작비도 비싸다. 사진 잘 먹는 종이를 사용해야 하니까 종이 값이 비싸지기 때문이다.
하여간 전정순은 책으로 엮어 냈고, 그 책이 우연찮게 내 손까지 들어와 읽게 된 것이다.
전정순은 여자다. 난 처음에 남자인줄 알았다. 이름만 봐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간다. “순”자 들어간 남자 이름도 흔하니까. 우리집 집사람 친정식구들이 이름 맨 뒷자리 돌림자가 ‘순’ 돌림이라 모두들 ‘무슨 순’ 무슨 순“하고 이름이 불리우니 더구나 나에게는 익숙하다. 표지 사진에 에베르스트인지 아마다블람인지 히말라야 설봉이 있는 고산을 배경으로 들판 같은데 누워 있는 사진이 뭐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안 간다. 여행기를 읽는데 남자면 어떻고 여자면 어떠랴만, 다니는 직장에 휴가를 몰아내고 히말라야 트래킹과 킬리만자로 고봉을 혼자서 여행했다는 사실에 산을 좋아하고, 산을 잘 타는 남자 아니면 도전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 더욱 편견을 가졌나 보다.
마음이 끌리면 가라’가 아니라 ‘마음이 끌리면 사라.’로 오독하여 서슴없이 책을 골라 들었는데, 글쓴이는 책 제목대로 마음이 끌리어 히말도 가고 킬리만자로도 갔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끌린다고 다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히말과 킬리가 어디 있는 카페도 아니고, 선술집도 아닌데, 끌린다고 다 갈 수 있겠는가. 산은 고사하고 마음이 끌리는 사람에게도 수줍어서 다가 갈수 없는데 말이다.
전정순은 먼저 여행하는 시기를 추석근처로 잡았다. 추석연휴에 연차휴가를 몰아서 잡으면 휴일 끼고 하면 최소한 열흘은 만들 수 있는게 직장인들의 여행 스케줄이다. 또한 원만한 여행지 열흘이면 좀 짧긴 하지만 한 코스는 갔다 올 수 있는 시간이다. 추석명절 남들은 조금 여유 있게 쉬면서 조금 더 피곤하지만, 여행은 좀 더 쉰다는 것보다 힘들고 빡빡한 일정에 여유가 없으면서 피곤한 것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나라 휴일은 좀더 돈을 많이 써 가면서 피곤하냐 조금 덜 쓰면서 피곤하냐의 차이란 말이다. 모두 피곤하기는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방학도 바쁘고, 교사들의 방학도 피곤하긴 마찬가지다.
여행지에서 전정순도 순탄하지는 않다. 늘 피곤하고, 잘 모르겠고, 여행지도 하나들고 힘들어서 누군가의 도움을 신의 은총처럼 받아야 하고, 끝임없이 난 운이 좋아, ‘누군가가 이 어려운 때에 뽕 하고 나타날거야.’. ‘신이 도울거야.’ 를 늘 암시하고 또 그러한 도움을 받고 역시! 역시! 를 연발한다. 여행을 하면서 난 운이 없어. 나는 넘어져도 코가 깨져! 한다면 그런 글로 가득찰 것이다.
어째든 그는 배짱 좋게 여자 혼자서 그 험하다는 히말라야와 킬리만자로를 마음에 끌리서 갔는데, 역시 힘들고 고통스러웠지만, 여러 인생들의 도움을 받아 정상에서 야호! 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생한 이야기가 가득 차 있다. 고생이지만 마음먹고 떠나면 도와주는 천사가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떠나라는 이야기이다.
나도 떠나고 싶다. 가고 싶은 곳도 있다. 시간도 널널하다. 하지만 떠나지 못하는 건 왜 일까. 왜 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엄습해 올까. 여름철 개처럼 헉헉거리고, 가슴을 부여잡고 으으윽 신음소리가 나올까봐 겁나는 건 왜일까.
떠나고 싶으면 건강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