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지향 - 공부하지 않아도, 일하지 않아도 자신만만한 신인류 출현
우치다 타츠루 지음, 박순분 옮김 / 열음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터넷에서 “엘리트”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글을 읽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어디든 가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연고가 없고, 연결고리가 약한 사람이 나은 평가를 받는 세상이 되었다고 했다. 이런 글이 도대체 어디서 나왔는지 찾다보니, 이 책을 찾아냈다. 벌써 10년전에 나온 책이라 시대가 바뀌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읽고 나니 여전히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주제였다.

책은 학교의 붕괴와 노동의 기피를 이야기 한다. 그 원인은 어디서 왔는지, 그래서 어디로 흘러갈 지를 고민한다. 저자 나름의 대안도 제시한다. 다분히 분석적인 책인데, 키를 잘 잡고 글을 따라가면, 꽤 감탄할 만한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아이가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는 첫 단계가 쇼핑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놀랍다. 과거 노동으로 자신의 쓸모를 인정받은 점과는 다르다. 사실 요즘은 집안에서 할 일이 많지 않다. 오히려 일을 하려고 하면, 사고치지 말라는 얘기가 먼저나오니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가게에 들러 뭔가를 사는 일이다. 돈을 들고 있으면, 노인네건 아이건 한 사람으로 인정해주니 아이들은 이 지점에서 사회가 돌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주변의 적극적인 컴플레인과 반품으로 저항하는 방법도 배운다. 그리고 아이들은 학교에 간다. 학교는 이제 커다란 가게와 다름없다. 그래서 선생님에게 질문한다.

“이거 배우면 뭐가 좋아요?”

이런 저런 설명을 해보지만, 맘에 들지 않는다. 납득하기도 어렵다. 시간도 많이 들고, 효과가 있는지 쓸모가 있는지 바로 알기가 어렵다. 그러면, 이 가게는 못쓰겠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가게는 매일 가야하는 곳이다. 불편하고, 불쾌하다. 나는 사기 싫은데 자꾸 뭐라한다. 이 불쾌함을 너는 어떻게 보상할래? 못한다고 그러면 내가 살 이유가 없지. 그러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일부러 공부하지 않는다. 불쾌함이 화폐가 된다는 생각이 신선했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회사에 돈을 벌러간다. 돈이 있으면, 우리는 무언가 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을 볼 수는 없다. 볼 수 있는 것은 퇴근후의 짜증섞인 부모의 얼굴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생각한다.

“아 회사에 가서 불쾌함을 벌어오는 구나.”

집안에서도 서로가 힘들었음을 경쟁적으로 주장한다. 서로의 영역이 더 많음을 불쾌함으로 이야기한다. 회사에서 얼마나 힘들었고, 집안일이 얼마나 많았고, 학교가 얼마나 짜증나는지 이야기한다. 불쾌함은 돈이 되었다. 이 불쾌함으로 학교에서의 시간을 지불하고, 나는 내 할 일을 한다. 이것이 학교에서의 붕괴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었다. 책은 힘들었지만, 가치가 살아있었던 학교와 노동의 시절을 찾고싶다고 이야기한다. 이제는 그게 쉽지 않은 것도 알고 있다. 졸업을 하고, 회사에 가도 크게 상황은 다르지 않다. 학교는 학생을 제품으로 생각한다. 기업은 제품에 품질이 좋길 바란다. 하지만, 학생은 여전히 고객이라고 생각한다. 불편한 갈등이 시작되는 셈이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 그만둔다. 차라리 적게 벌어도, 편하게 살고 싶지 복잡한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 번 그만두면 여러번 그만 두는 것은 어렵지 않다. 반복되면, 이제는 어떻게 흘러갈 지 예상할 수 있으니까 더 이상 회사에 가기 싫어진다. 나를 내버려둬, 너에게 폐끼지지 않을 테니 하는 생각에 니트족이 들어간다.

이런 생각을 하고, 대안을 생각한 것이 벌써 20년전이라고 말한다. 책은 10년전 책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사실 시간은 일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더 크게만들면 만들었지. 사회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편하자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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