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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 - 우리가 먹는 고기에 대한 체험적 성찰
우치자와 쥰코 지음, 정보희 옮김 / 달팽이 / 2015년 11월
평점 :
작년 겨울에 트위터인지 페이스북에서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단 너무재미가 있어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는 내용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읽으면서,
“이거 정말 잡아먹을라나?”
생각했는데, 글쓴이는 내내 “잡아 먹고 말테다”라고 다짐한다. 일은 결국 그렇게 흘러간다더니, 의도한 대로 이야기는 흘러갔다. 이야기는 무척이나 재미가 있다. 마치 <은수저>나 <그린>같은 만화를 보는 것만 같다. 도시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좌충우돌하는 모습과 때때로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 어쩐지 익숙하다. 글을 쓰기 위해 도시에서 농촌으로 혼자 와 있는 여자에게 친절한 농촌의 모습과 서로 도움을 주는 모습이 인상깊다.
책을 보고 나면, 슬슬 배가 고파진다. 도축하는 부분에서는 분위기가 묘해지지만, 시식회를 하는 부분에 다다르면, 족발이라든가, 제육볶음같은 요리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 부분이 이 책의 매력이다. 처음에는 돼지를 가축으로 접근한다. 이름을 붙여주고, 애정을 주는 부분에서는 애완동물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쯤 되면,
“어휴, 이거 어쩔라고 이러나.”
하는 우려마저 들기 시작한다. 책 속의 도축업자나 양돈농장주인들도 하나 같이 이런 생각을 내비친다. 이름을 붙이거나, 애정을 주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글쓴이는 먹으려고 키운다는 생각을 더욱 단단히한다.
“ 그럴라고 키운다. 얼마나 맛있을까. 먹을 것에 사랑을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나는 신경안쓴다.”
는 식으로 생각해버린다. 어찌보면 잔인할 수도 있다. <세계도축기행> 같은 책도 쓴 저자라서, 이런 부분은 간단히 접고 들어가는 부분도 있다. 이 과정이 먹고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부분이며, 먹여지기 위해 길러지는 돼지이기에 더욱 각별히 먹어줘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동물로서의 애착은 어찌보면 오히려 간단하게 다뤄진다. 오히려 축산업 종사자들의 이야기가 현실감있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조명한다. 2011년 동일본지진 사태도 취재해서 덧붙였다. 그 사고는 일본 축산업 종사자들에게 어떻게 다가왔는지 생생하게 적고 있다. 특히 원전사고 이후, 일본 식품을 꺼려하는 부분에 있어, 국내외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사람이 사는 것은 어디나 비슷한데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생각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저자의 다른 책이 궁금하다. 글을 죄다 이런 식으로 쓰나? 르포 작가라고 하던데, 소설보다 재미가 있고, 또 흡입력이 있다. 특히 생긴건 멀쩡한데, 그 생각과 행동이 기발하다. 다른 작품들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던데, 일본어를 공부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