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왕 서영
황유미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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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었다. 적당히 웃으면 깊지는 않더라도 얕은 관계로 두루두루 잘 지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연락 올 곳도 연락할 곳도 없는 내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작은 사회라 일컫는 학교는 모나지 않는 선에서 적당한 관계를 유지해야 했고 온전한 내 성격을 드러내기에는 편한 곳이 아니었다.

그래서 적당함에 온 신경을 쓰고 집에 돌아오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어 온전한 내 성격을 엄마에게만 드러내고 말았다.

그때가 중학생 때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때는 휴대폰을 소지한다는 게 드문 일이었고

학교 밖에서 타인과 연락한다는 건 컴퓨터를 켠 후에 가능한 일이었기에

학교가 끝나면 일부 관계에서도 퇴근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 앞에 선 어른들은 하나같이 학교는 작은 사회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말 한마디에 삐치는 어른이 어디 있겠으며

편을 가르고 특정인을 배제하는 행동을 어른이 하겠느냐며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와보니 그놈은 이놈이었고,

더 유치하기만 할 뿐 어른스럽다고 여겨지는 어른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학교에서는 적당한 거리에서 관망할 수 있었는데,

사회에서는 애석하게도 관망보다는 지지를 해야 했고 선의 언저리가 아닌 확실한 선 안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 편이 아니면 같은 공간에 있지 못하는, 선을 기준으로 공을 던지며 공격을 해야 하는 피구와 같았다.

 

'피구왕 서영'은 5개의 단편소설이 들어있는 소설집인데,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피구왕 서영이다.

주인공인 서영이 가지는 생각과 행동은 그 시절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와 닮아있었다.

대략적인 권력의 구도를 파악하고 적당한 틈이 있는 무리를 찾아 스며든다.

그리고 권력자의 눈엣가시가 되는 건 금물. 하지만 권력자의 눈에 드는 건 어깨가 으쓱해질만한 사건이다.

나는 서영이었고 그 모든 것이 나와 닮았다 여겼는데, 문득 서영이는 초등학교 4학년이라는 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맺는 관계란 나이와 장소에 상관없이 그놈이 그놈이고 같은 상황은 반복되는 것일까?!

 

스스로 빛나지 못하는 존재라 느껴질 때,

무리 속에 끼어들어야 살 수 있다고 헤매는 나를 볼 때,

나는 왜 이럴까 고민을 하게 될 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겪었을 때,

'피구왕 서영'을 보며 나는 서영이가 되었고 서영이를 통해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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