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곽미경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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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

허공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허전함과 허무함, 그리고 표지에 그려진 아련한 뒷모습에

기댈 곳 없이 아픔을 짊어지고 가는 한 여인의 일대기를 적은 책이라 짐작했다.

하지만 전주 이씨의 선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은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겠다는 각오로

'허공에 기대어 선다'는 뜻의 빙허각을 자신의 호로 삼았으며 이 책은 이 여인, 빙허각이씨의 자주적인 일대기를 담고 있다.

실존 인물에 허구를 가미한 소설이지만 그녀가 남겨놓은 규합총서, 빙허각시집 등이 실제로 있고 그 책이 집필된 시대를 생각해보면

이 책은 이야기의 허구보다는 인물의 성정과 이루고자 했던 뜻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규합총서는 익히 들어봤지만 빙허각이씨의 존재는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책에서는 다재다능한 인물로 그려졌기에 실제로 이런 인물이 있었을까 갸웃했지만

조선 후기의 여류 학자로 한중일 실학자 99인 중 유일한 여성 실학자라는 걸 보면

빙허각이씨를 알아보지 못한 얕은 나의 지식에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빙허각은 호기심이 많고 끝없는 배움에 지치지 않는 여인이었다.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겠다는 각오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하지 않는 빙허각의 모습은

드센 여자로 여겨졌고 무성한 소문에 혼인이 어려울 법도 했다.

하지만 본인보다 3살 어린 서유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서씨 집안의 남다른 환경과 남편의 전폭적인 응원에 본인의 성정과 배움의 열정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허공에 기대선 듯이 살아가겠다고 했지만 가슴 미어지는 아픔과 슬픔은 그녀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4남 7녀를 낳았으나 8명을 잃는 어미의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래도 그때마다 뒤에서 묵묵히 지탱해주는 서유본의 모습에 빙허각은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서유본과의 헤어짐에는 추스를 마음도 잡지 못하고 자리에 누워 남편의 뒤를 따라갔다.

삶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던 빙허각이기에

남편을 잃은 후 인사와 세수를 잊고 누워있는 모습은 안쓰럽고 애처롭게 느껴졌다.

삶의 주인이 되어 자신의 죽음도 뜻하는 대로 결정했던 것일까?

 

'허공에 기대선 여자 빙허각'은 여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삶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빙허각의 일대기를 흥미롭게 담은 역사소설로

책을 덮고 난 후에도 빙허각이씨의 마음이 느껴지는듯한 여운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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