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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ㅣ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상대에게 서운함을 내비치는 말일까,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상대에게 아쉬움을 내비치는 말일까.
제목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기억에 대한 아련한 느낌을 주는 표지 그림을 보고 나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사쿠라 신지는 같은 반 학생인 하나모리 유키로부터 '사신' 아르바이트를 제안받는다.
"이 아르바이트는 최악이지. 시간 외 수당은 안 나와. 교통비도 없어. 아무렇지도 않게 이른 아침부터 불러내지.
게다가 유령 같은 '사자(死者)'를 저세상으로 보낸다는 상식 밖의 일을 시켜. 무엇보다 시급이 300엔이야. 300엔이라고.
어이없는 수준을 넘어서 웃음이 날 정도지. 정말로 돼먹지 못한 아르바이트라니까. 그래도 너에게 이 아르바이트를 추천할게."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아르바이트의 첫 임무는 첫사랑 아사쓰키 시즈카를 만나 그녀의 고민을 도와주는 것이었고
헤어짐을 앞두고는 밤늦게까지 시답잖은, 하지만 내일은 다를 거라 여기는 설레는 마음으로 대화를 했다.
내일을 기약하며 인사하고 헤어졌건만 다음날은 달라있었다.
나와 같은 시간을 보낸 아사쓰키는 이 세상을 떠난 지 오래였고
어제의 그녀를 기억하는 건 사신 아르바이트 중인 나와 하나모리뿐이었다.
그녀가 죽은 세상과는 별개로 사자와 사신이 공존하며 사자의 미련을 해결하는 추가시간이 생겼던 것이었다.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건 미련이 남아 추가시간이 생긴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주는 일이었다.
사자의 미련을 해결해주는 건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첫사랑이었던 아사쓰키, 아들이 적어줬다는 편지를 찾아헤매는 구로사키,
아이 낳는 도구로 취급당하며 아이를 출산하다 죽은 히로오카, 가정폭력으로 죽은 시노미야 등.
미련이라는 이름 아래 추가시간에 해결하고자 하는 일은 누구에게는 소원이었고 후회였고 저주였다.
추가시간에 남겨놓은 것과 벌어진 일은 사자가 떠나고 나면 모든 것이 무효화되기에
모든 사자에게 추가시간은 단순히 시간을 부여받아 더 사는 게 아니었다.
그렇기에 책 속의 주인공(사쿠라 신지)은 사자가 미련을 청산하고 저세상으로 갈 때마다 추가시간의 의미에 대해 고민을 하곤 했다.
너는 기억 못 하겠지만.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는 사신에게도 기억의 시간은 무한이 아니다. 아르바이트는 6개월 한정이기에 기억의 유지도 6개월 한정.
기억에 대한 서운함도 아쉬움도 시간이 남은 자에게만 남겨질 뿐이다. 그마저도 사라질 테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책 속의 이야기처럼 사신 아르바이트가 있고 미련이 있는 사자에게 추가시간이 있다면.
책 속에서도 언급되었지만 기시감과 미시감은 기억을 잊은 너에게 기억을 해달라는 과거의 신호일까?
그때는 몰랐지만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알게 돼서야 지난 기억을 되짚어보고 소중한 인연이었음을 알게 된다.
아련한 기억 저편으로 깨달은 건 모든 것이 소중했고 소중한 시간을 지금으로 만들어야 된다는 것.
소중했던 사람, 소중했던 기억들을 잃고 살지 말기를 바라게 되는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