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의 노래
미야시타 나츠 지음, 최미혜 옮김 / 이덴슬리벨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벌써 10년도 넘은 얘기가 되어버린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합창부를 했었다.

동아리에 같은 중학교에서 온 친구들이 있었던 걸 생각하면 친구 따라 입부했던 것 같다.

합창부 연습은 동아리 활동 시간과 점심시간에 했고, 대회가 있으면 석식 시간에도 틈틈이 했다.

상금이 걸려있는 대회는 나간 적이 있는지, 나갔지만 떨어진 건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열정적인 음악선생님의 지도에 비해 상은 없었다.

나는 노래를 잘 부르지도 못하고 화음을 맞추는 것도 전혀 못하지만 옆 친구의 목소리를 따라 소리를 내다보면 어느새 합창이 되고,

파트별로 내는 소리에 화음이 만들어지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다.

기쁨의 노래는 합창을 시작으로 성장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책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미키모토 레이는 바이올리니스트인 엄마를 둔 소녀로

음대 부속고등학교를 목표로 시험을 봤지만 떨어져 버렸고,

낙담한 마음에 음악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메이센 여자고등학교로 진학을 한다.

학교에 바라는 것도 없고 스스로 더 나아질 것도 없이 지내는 어느 날, 반 대항 합창대회 지휘자를 맡게 된다.

음악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도망치면서 음악을 외면했건만 합창대회 지휘자를 맡으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자신이 외면한 과거와 음악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런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가진 소녀는 미키모토 레이뿐만이 아니었고,

그 소녀들도 합창을 하면서 고민의 응어리를 하나씩 풀어 나가게 된다.

모두들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을 뿐 다들 고민은 있었고, 각자의 고민은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었다.

그리고 고민의 도피처로 메이센 여자고등학교를 선택했다.

이 학교에 온 이유를 말하는 순간 낙오자임을 증명하는 것이기에

서로에게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며 각자 스스로의 고민을 떠안고 지내야 했다.

음대 부속고등학교 진학 실패 후 모든 것이 부정당한 듯한 마음에 음악을 외면하고 지내는 미키모토 레이,

피아노를 치고 싶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마음을 접어버린 하라 치나츠,

어깨 부상으로 소프트볼을 못하게 되자 미래를 잃은 듯한 기분인 나카미조 사키,

보이지 않아야 되는 것을 보고 고민하는 마키노 후미카 등.

말을 하지 않으면 누가 이 소녀들의 고민을, 고민의 무게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털어놓지 않았지만 노래에 스며들듯 무거웠던 고민에도 즐거움이 스미고 꽃이 피는 봄이 다가온다.

묻어두려는 마음보다 마주하려는 마음이 더 컸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갈 수 있었고,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기쁨의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시절의 그 여운이 맴돌아 책에 나왔던 합창곡, 아름다운 마돈나를 검색해봤다.

조회되는 게 없어 살짝 아쉽긴 하지만

책에 나온 소녀들과 같았던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과 고민을 떠올리게 해준 것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섬세하고 따뜻한 느낌으로 고민을 어루만져 주는 '기쁨의 노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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