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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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추억의 냄새가 흠씬 풍겨와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며 미소를 지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우연히 KinKi Kids 동영상을 보고 팬이 되어 무엇이라도 소장하고 싶었지만 수입품을 사기에는 돈이 없었다.

그러다 한국어로 번역된 사진첩이 출판되었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냉큼 구입했는데,

사진첩이라는 말이 무색하리만큼 종이로 인쇄한 책에 불과했지만 책을 펼쳤을 때 풍겨오던 잉크 냄새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지금은 그 향도 그 기억도 날아갔다고 생각했는데,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를 펼치자마자 그 시절의 그 냄새와 추억, 마음이 떠올라 한참 동안 책 속에 얼굴을 박고 있었다.

책을 펼치던 순간부터 마음을 빼앗긴 탓인지 책을 펼쳤던 자리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시작은 책 속에 스며든 잉크 냄새 때문이었지만 그다음은 본문 첫 페이지에 실려있는 책장 사진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다른 건 몰라도 책장만큼은 많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듯이

가도노 에이코는 집을 지을 때 책장만큼은 많이 만들어달라 부탁했다고 한다.

그래서 집 안에 있는 여러 형태의 책장이 본문 첫 페이지부터 실려있는데,

책장도 부러웠지만 책장에 빼곡히 꽂혀있는 소설책과 만화책, 그리고 동화책이 그렇게나 부러웠다.

나이에 맞는 책을 읽어야 된다는 이유로 우리는 책에서 졸업을 하고,

졸업한 책은 버려지거나 물려주는 형태로 눈앞에서 사라지게 된다.

기억에만 남아야 하는 책이 아닌 추억이 깃든 채로 그대로 책장에 꽂혀 나이를 잊은 책장이 된 모습에

이 책장의 주인인 가노도 에이코는 어떤 사람일까 더 궁금해졌다.

마녀 배달부 키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거나 봤을 법한 애니메이션인데,

이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있다는 건 아마 들어본 적 없을 지도.

마녀 배달부 키키는 어린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는데,

바로 원작 소설의 작가가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이다.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어린이 소설을 쓰고 있으며 그중에 가장 인기 있고 화제가 되는 소설이

자신의 딸이 그린 그림에 영감을 받아서 쓴 마녀 배달부 키키이다.

책에는 딸이 12살에 그렸다는 그림도 실려있는데, 딸의 그림 솜씨도 대단하거니와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딸의 그림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 엄마이자 작가인 가도노 에이코의 무한한 상상력에 신기할 따름이다.

자신의 색을 정해두면 생활할 때 여러모로 도움 된다고 생각하여 딸아이의 색은 파란색으로,

자신의 색은 40대 때 딸기색으로 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딸기색을 머금은 책장과 벽면, 그와 비슷한 느낌의 안경, 옷, 신발을 걸친 그녀를 보니

어색하지 않고 제 옷을 입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잡지에 실린 특별부록처럼 이 책에는 가도노 에이코의 일상, 패션 스타일, 이야기를 담았는데, 어느 것 하나 사랑스럽지 않은 게 없다.

나도 누군가에게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게 만드는,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이지만 이불 속이 봄날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그녀의 일상 이야기가 담긴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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