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귤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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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고독함에 갇혀버릴 때가 있다.

그 감정을 일으킨 상황보다는 그 상황으로 만들어진 감정 자체만을 끌어안고 베갯잇을 적시곤 한다.
감정의 고독함에 나약함을 절실히 느끼고서야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며 생각은 하지만 개선이 아닌 회피에 목적을 둔다.
이것은 오로지 나의 이야기. 하지만 가장 주관적인 게 객관적일 때가 있다는 말이 있듯이

타인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기까지 참 오래 걸렸다.

 

김혜나 소설집 '청귤'은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중편소설, 총 여섯 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이지만 읽다 보면 한 사람의 이야기인 것 같은 착각에 지난 페이지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하나같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속의 감정에 동화되버리고 말았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 눈이 닿는 모든 것을 적은 것 같은, 시야에 들어온 건 허투루 넘기지 않고 차근차근 하나씩 설명하는 것 같다.
마치 이 감정과 고통을 고스란히 마주치게 하고픈, 작가의 다정함이 묻어난 걸까.
섬세하고 자세하게 적은 글을 읽다 보면 나도 이 글의 주인공이 되어 이 감정을 만들어낸 상황을 마주하고 있었다.

 

씁쓸했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씁쓸한 감정이 책에서 흘러나와 책을 잡고 있는 손을 통해 마음까지 도착하는 것 같았다.
특히 이 책의 첫 글이었던 '로레나'에서 씁쓸함이 제일 컸는데,

이야기를 상상하는 것뿐인데도 나는 그 속에서 회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청귤이라는 제목에 새그럽고 활발한 이미지 떠올리며 책을 펼쳤지만
첫 이야기부터 나 스스로 완전하지 않고 아직 여물지 않은 상태로 중간에 머물러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청귤과도 같은 상태인 걸까.

 

감정의 고독함에 빠져 혼자 허우적대기보다 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며 같은 상처를 공감하다 보니

차츰 내 상처를 한 줌씩 꺼내어 공유하는 기분이 들었다.
마주 볼 수 있을까, 너의 상처. 나의 상처. 씁쓸한 끝 맛이 매력적인 '청귤'이었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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