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추락한 이유
데니스 루헤인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밤새 뒤척이다 잠이 들고 꿈을 꾸게 된다.

어릴 때는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잊히는 꿈이 대부분이었고 현실과 이어지는 거라곤 이불에 실례를 할 때뿐이었다.
이불에 실례할 때는 꿈속은 항상 우리 집 화장실이었다는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이를 먹었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부터는 눈을 뜨고도 되새겨지는 꿈이 많아졌고

오래도록 남는 꿈은 꿈속에서 겪었던 마음의 변화가 현실까지 이어지는 경우이다.
최근에도 그런 꿈을 꿨다. 눈을 뜨면 현실과 다른 허상, 거짓말인 줄은 알지만 그 마음은 쉽게 잊히지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우리가 추락한 이유 속에 나오는 레이철이

잊히지 않고 지워지지 않는 꿈같은 현실에서 헤매는 모습에 공감을 하게 된 건.

 

서른다섯 살이 되던 해 5월의 어느 화요일, 레이철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

차례를 넘기고 나온 프롤로그에서의 첫 문장은 주인공의 결말 같았다.
강렬했던 프롤로그를 지나 제1부 거울 속의 레이철, 제2부 브라이언, 제3부 세상 속의 레이철로 이어지면서

점차 레이철의 어둠으로 빠져들었다.
레이철은 아버지의 존재와 완전한 이름을 모른 채 자랐고
아버지에 대해 유일하게 알고 있던 어머니는 끝내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 법한 정보를 주지 않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아버지를 찾고자 사설 조사원인 브라이언을 찾아가지만 정보 부족으로 아버지를 찾지 못한다.

그게 브라이언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 이후 기자 생활을 하던 레이철은 진도 7.0의 지진이 난 아이티로 취재를 나갔다가

공황발작을 일으키게 되고 그 모습은 고스란히 방송을 타게 된다.
그 일로 이혼까지 하고 점차 스스로를 가둔 레이철 앞에 브라이언이 나타나 손을 내민다.
추락, 상처, 버림이 없을 것만 같아 그의 손을 잡았던 레이철은 왜 브라이언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게 된 것일까?

 

이 책의 제목을 질문으로 여기고 답을 찾고자 글을 읽는다면 재미가 없다고 느낄법한 따분함 끝에 어려움이 밀려온다.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탓이었을까, 평소보다 잠이 일찍 찾아왔던 것일까.

이유에 대한 답을 찾고자 읽었던 제1부에서 이틀 밤을 쉬어갔다.
많은 시간을 주었음에도 내가 얻은 건, 소제목이었던 거울 속의 레이철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었다.
제1부를 읽고는 책과 멀어지는 기분, 내가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러다가 제2부부터 모래시계를 뒤집은 것처럼 책에서 멀어지고 있던 추락에서 다시 책을 목표로 추락을 했다.
속도에 무게를 더하며 추락하는 중에 깨달은 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이라는 띠표지가 허튼소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야기, 끝이라고 여겼던 프롤로그의 이야기가 끝이 아님에

 남겨진 페이지에는 몇 개의 반전이 남아있을지 심장이 두근거렸다.

 

행복한 글에 공감을 하는 건 순간이다. 하지만 그와 반대되는 글에는 꽤 오래 공감을 하고 마음에 두게 된다.
공감과 반전, 사랑과 범죄에 마음을 두게 되는 꿈의 연장선 같은 '우리가 추락한 이유'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