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은 뜨거웠다. 이대로 불타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척이나 뜨거웠기에 지금의 가을 날씨는 낯설기만 하다.
아침, 점심, 저녁의 기온차가 선명한 이 날씨는 옷 입는 것부터 고민하게 만들고 코를 간질거리며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
생각이 많아지고 그 생각에 나약하게 만드는 건 모두 가을 탓이다.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 탓에 나는 지금 이곳을 벗어나 여행을 해야겠다고, 떠나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겁쟁이. 생각만 했던 것을 모두 실천했더라면 지금보다는 확실히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나를 붙잡고 있는 건 확실히 '나'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도통 읽을 생각도 없었던 에세이, 나를 응원할 수 있는 글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작가는 일상이라고 여겼던 생활에서 본인을 잃은 채 나락으로 떨어진듯한 기분을 느끼며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고 여행을 준비한다.
"나는, 행복해지기로 했다." 이 한마디를 새기며.
좋았다. 작가가 내뱉는 감정과 여행 중에 일어난 이야기, 그리고 여행지에서 되돌아보는 과거의 모습이
내 감정인 양 내가 겪은 일인 양 낯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떠나지 않고 여기에 머물고 있지만 내가 만약 떠난다면 작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가을밤, 나는 이 책에서 느꼈던 감정을 온전히 내 것인 양 끌어안았나 보다.
하지만 여행의 경로를 알 수 없고 이야기의 흐름이 순차적이지 않아 여행의 시작부터 멀어지고 있는,
그리고 끝과 가까워지고 있는 작가의 심정을 온전히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여행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 아니기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고사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행지의 흐름에 따라 적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라며 말하는 작가에게 이 책이 예쁘네요, 말하고 싶은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