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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기담
전건우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8월
평점 :


고시원을 가본 적도 겪은 적도 없지만 TV나 인터넷을 통해 본 그곳은 항상 예민하고 고립된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 고시원 기담이라는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유난히 흥미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공포소설이라고 제목을 적었지만 책을 읽다 보면 공포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러 장르가 툭 튀어나온다. 이 책이 내세우는 장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의 답은 작가 후기를 통해 얻을 수 있었다. '독자들이 생각한 장르로 정해라'. 나는 떡을 썰 테니 넌 글을 쓰거라고 했던 한석봉의 어머니가 생각나기도 하고, "거참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라고 했던 영화 속 대사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리고 문득 고시원의 수많은 방만 큼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데, 어찌 하나의 장르로 특정 짓겠나 싶었다.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경악을 하기도 했던 모든 시간은 결국 책 속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 때문이었기에 장르를 굳이 정한다면 고시원물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는 게 맞지 않을까.
그곳에도 사람이 산다며 운을 뗀 작가의 후기 속에는 고시원에 살았던 과거를 짤막하게 적어놨는데, 숨죽이는 방법을 배우고 아픔을 겪었던 시간 그리고 나와 같은 '사람'이 살고 있음을 깨달았던 순간이 적혀있었다. 10년 전부터 구상했다는 고시원 기담은 지금에서야 생명력을 갖게 되었지만 어색하거나 촌스러운 부분이 없는 걸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은 크게 변하지 않았나 보다. 읽을 때는 고시원의 각 방 인물들마다 다양한 내용에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경악하기도 했지만 결국은 사람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고시원 기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