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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컨스피러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2년 10월
평점 :
동네에 축구 명문으로 불리는 중학교가 있다. 개교 4년이 겨우 넘은 학교인데 축구 명문으로 불리고 있는듯하다. 그에 대해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이야기한다."엄마~ 거기 축구부는 삼성에서 전액 후원을 해준데요. 그래서 얼마 안되었는데도 그렇게 클 수 있나봐요." 초등생인 아들조차도 자신과 가까운 곳의 정보로 삼성의 힘을 실감하고 있나보았다. 그런 삼성, 삼성그룹 중에서도 노른자인 노른자 삼성전자를 인수합병 하려는 음모와 방어에 관한 책이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묘사나 설명없이 빠른 전개로 이루어져서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장점과 마음 한 곳에 뜨끈한 무언가를 불러 일으키는 힘이 있어서 좋아한다. 생각하고 있던 일이나 생각하고 있지 않은 일들을 현실적으로 풀어 한 번 더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매력이 아닐까싶다. <고구려 5>를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면서 이 책이 나왔기에 '이게 뭐야?' 했는데 책 초입 작가의 말에 그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내 생각엔 이 책은 작가의 평소의 생각을 일필휘지로 적어간 책이 아닐까싶다. 내용은 치밀한 척 하지만 치밀함이 별로없다. 그가 쓰고저 하는 내용을 요약해서 줄거리만 적어 놓은듯하다. 당장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토해 놓은 것 같다. 우리의 역사의식, 이공계의 퇴락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정부나 대기업 차원의 지원이 필요성, 지원도 수용도 하지 못함으로 벌어지는 인재유출, 삼성반도체와 휴대폰에 대한 미국의 견제, 미국 군수산업의 제물이 되고 있는 우리의 국방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꺼리로 던져주며 나름의 해결방법을 그려본 것이 아닌가싶다.
책에서 보면 한국인은 개개인이 뜨거운 애국자이다. 다만 그 애국을 펼칠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외국인들과 한국인의 다른 저력은 애국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듯하다. 한국인의 교육열과 애국의 마음. 이 나라를 지탱하는 큰 밑받침이 되고 있고, 더 나아가기 위한 역사적 자긍심과 세심하게 짜여진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 같다.
일단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가십 기사를 읽듯이 읽을 수 있다면 작가에 대한 실례가 될까? 그런 내용에서 뜨끈한 감동과 희열까지 느낄 수 있다면 독자로선 손해는 없을듯하다.사라진 과학자들, 바이로스재단의 존재와 바이스로이란 인물, 나영준 박사, 이동우 박사, 민서는 말 할 것없이 주인공인 의림과 그의 조력자 한별까지 그냥 튀어나왔다 자기 할일만 하고 뿅! 사라지는 느낌이다. 물론 그 인물들을 이어주는 북학인이란 존재가 있긴하지만 그 또한 개연성이 떨어지는 인물이다 북학인이란 그의 코드명에 이 책의 의미를 담아뒀다고 생각해야겠다.
기업경영이나 정치로 인한 사회에 미치는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다. 어느 한 쪽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균형을 갖으려는 노력도 중요한듯하다.
글의 시작과 전개에서 공을 들인만큼 마무리가 치밀하지 못함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조금 더 치밀하고 통쾌한 삼성의 반격이 있었음 좋았을텐데. 글로도 아직은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이 책은 그냥 줄거리다. 그 줄거리에 상상의 살을 붙이는건 독자의 몫인듯하다. 직접 살을 붙인 글을 더해봐도 좋겠다. 내가 출판사 관계자라면 부분 부분 살 붙인 이야기를 공모하여 다시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