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4 - 고국원왕, 사유와 무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을 울리는 눈물과 함께 책을 덮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들의 의연한 죽음에 대한 감동과 퇴락한 죽음에 대한 회한때문이다. 미천왕편의 영웅들은 이번 권에서 사라지고 그들이 지켜온 나라들의 미래를 후세들이 이어받았다. 살아남은 자에 을블의 아내이자 고구려의 황후 주아영이 있고, 진의 최비의 최후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구나.사유와 무의 능력과 됨됨이에 대하여 소개되어 있다.

 

제목에 사유와 무라고 보았을 때 사유(私有)인 줄 알았다. 무(無)인 줄 알았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유와 무는 미천왕 을불의 두 아들의 이름이다. 을불을 닮은 무와 을불과 다른 방법으로 백성을 위하고저 하는 사유. 태자 책봉에 대한 반전이 있었으나 충분히 미리 파악할 수 있는 반전이라 소설 속의 인물들은 놀랐을지 몰라도 난 그 반전의 이유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지치지 않도록 그 이유는 책을 읽어가면 알 수 있는데, 그를 통해 을불의 크기를 또 한 번 짐작할 수 있었다. 을불 자신을 향해 날아든 화살, 그 화살을 쏜 이는 고구려의 어린 병사. 그에 대한 을불의 대응은 어떠했던가? 진정 이 땅에 그런 리더가 있었던가? 왜 지금은 없는 것일까? 상황을 짐작하면서도 밀려드는 벅찬 마음은 달라지지 않았다.

 

끝까지 주아영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되는 모용외. "아영에게 맹세했었지. 천하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p325)그의 순정에 비하면 주아영은 모사꾼으로 느껴지려한다. 모용외는 맹세를 지켰다. 미천왕 편에서 보았던 그녀의 책사의 풍모가 이번 권에서는 보이지 않고, 편애하는 엄마의 모습으로 적수가 없어 촉을 세우지 않아도 되어 그런지 줄어들고 작아진 그녀가 느껴졌다. 전편에서 차도살인(殺人)의 계를 사용한 이후 을불의 총애를 잃은듯, 정작 을불은 죽을 때 황후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니 모용외의 죽음이 더 애처럽게 느껴졌다. 모용외의 뒤를 이어갈 모용황의 등장과 성장 또한 사유와 무와 대비되며 거칠다. 같은 지략과 무를 겸비한다해도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음이 느껴졌다.

 

책사들은 마지막까지 주군을 지켰으며 주군들은 함께 큰 일을 도모한 이들을 잊지 않았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큰 그릇은 그 만큼의 것을 담고 있었다. 주군을 모시는 자들 또한 죽을 자리를 알고 있었고, 흔한 말로 죽으려는 자는 살고 살려는 자는 죽었다. 그리고 살아야하는 자는 누군가의 죽음을 대신하여서라도 살아났고, 그들은 또 죽은 자의 한을 갚았다. 그 또한 믿음과 신의가 살아있을 때만 가능했다.

 

사유의 잔잔한 행보가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전장에 울리는 조용한 클래식 배경음악처럼 그렇게 깔려가고 있다. 그래서 다음권의 전개가 궁금해진다. 무와 정효와 사유의 관계가 그렇게 정리된 것으로 끝이날까? 왠지 무언가 더 있을 것만같다.

 

"자식이 있습니다. 제가 몸을 바쳐 나라를 지켜내면 제 자식은 평화롭게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버이 된 마음이 다들 그렇겠지요."(p113) "너희의 싸움을 자식에게 미루겠느냔 말이다!"(p332) 그렇구나. 우리가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이유가 그거였구나. 치열하게만 살지말고 제대로된 세상을 남겨 주기 위해서도 치열해야할텐데, 오늘날 우리는 어떤 길로 가고 있는 것인지... 과연 내 자녀들이 살 미래는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을불은 마지막 한 조각의 힘을 짜내어 아들들에게 물었다. "나는 좋은....아비였느냐?"라고...좋은 왕이었냐고 묻지 않았다.

 

여노의 죽음에서 모용외와 원목중걸의 최후에서, 백성 앞에 자신의 죄를 자복하는 을불에게서, 모용외 앞의 사유에게서, 마지막 떠나는 을불의 모습에서 등 글의 여기저기에서 쉼없이 눈물을 훔쳐야했다. 저무는 해와 떠오르는 태양이 교체되는 시간. 다음 태양과 그 태양을 중심으로 일어날 이 땅의 일들을 기대하며 다음권을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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