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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끝나지 않은 혁명 ㅣ 엑스쿨투라 5
알랭 바디우 & 엘리자베트 루디네스코 지음, 현성환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우리나라에 번역된 유일한 라캉 원전은 <라캉 세미나 11>이다. 사실 이 세미나 시리즈는 라캉이 수십년간 꾸준히 이어온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그 작업은 사위인 자크알랭 밀레가 맡았다.
라캉이 직접 쓴 논문들을 모은 책은 사실상 <에크리>가 유일한데, 과연 이 책이 우리말로 번역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번역 불가능하지 않냐는 말도 많으니까.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인문학도들 사이에서 라캉은 오래전부터 스타였다. 아직도 라캉을 경유하지 않고 현대 담론을 논하기는 어렵다. 어찌 보면 우리의 라캉 이해는 미국의 라캉학자이자 <에크리>의 영역자인 브루스 핑크 또는 이 시대 최고 인문학 스타라는 지젝에 기댄 면이 크다. 지젝은 파리8대학 시절 밀레 밑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초기에 그의 명성은 라캉 해설자로 쌓은 것이다.
바디우와 루디네스코의 대담집인 <라캉, 끝나지 않은 혁명>은 짧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데, 담긴 정보는 꽤 쏠쏠하다. 국내에 나온 많은 라캉 관련서들이 라캉의 정신분석 개념들을 설명하는 데 치우쳤다면, 이 대담집은 라캉 사유의 배경과 정치적 파장 등을 엿볼 수 있는 미덕이 있다. 바디우는 다 알파시피 지젝의 친구이고 둘 다 이념적 좌표로 보면 좌파, 그것도 아주 왼쪽에 치우친 편이다.
그런데 그런 바디우도 지젝 못지않게 라캉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사실은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에서 바디우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보면 그는 사르트르주의자였다가 60년대에 알튀세르와 라캉의 영향을 받았고 68혁명 전후로 마오주의로 넘어간다. 많은 라캉주의자들이 왜 마오주의자가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대목은 꽤 흥미롭다.
바디우와 대화상대인 루디네스코는 국내에 이미 라캉 전기가 소개된 저자로서 라캉학파의 중심에 있던 인사다. 그녀는 프랑스 정신분석계에서 라캉의 위치, 정통 프로이트파와의 갈등, 라캉의 기이한 행동 등 가까이서 지켜보지 않고는 모를 이야기들을 소상하게 전해준다.
무모하게 처음부터 난해한 라캉 이론에 도전했다가는 금방 좌절하기 십상이다. 그런 이들을 위한 라캉 입문서로 알맞으며, 정신분석의 틀에 가두지 않고 라캉의 정치성 등 라캉을 폭넓게 사유하는 데 좋은 가이드가 될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