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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이해
스콧 맥클라우드 지음, 김낙호 옮김 / 비즈앤비즈 / 2008년 7월
평점 :
마음에 드는 풍경이나 장면, 대상을 한장의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과 여러장의 글과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그림책을만들 생각을 하면서 부딪혔던 의문들.
- 거의 모든 소재와 스타일을 시각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있는 이런 시대에, 재현을 위한 그림의 기술(현실과 유사하게 그림을 그려내는 기술)을 연마하는 데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 그보다는 무엇을 이야기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 ‘이야기‘를 좀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언어나 기법이 있지 않을까?
- (그 언어나 기법의 하나로써) 이야기의 전개에서 글과 그림이 각각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 수많은 스타일 중 어떤 것을 왜 선택해야 하나? 스토리의 특성에 맞는 스타일이 존재할까? 매체나 기술에 따라 어떤 제약이나 관습도 있지 않을까? 기존의 작가들은 대부분 하나의 스타일로만 작업하는데 왜일까? 한가지 스타일만 쓴다면, 다룰 수 있는 스토리의 유형도 제한되는 것 아닐까?
- 가장 의문이었던 것.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정리해놓은 책이나 자료가 왜 이렇게 찾기 힘든가;;;(그림책이 아닌 만화에서 이런 책이 나왔을 줄이야. 그림책 분야에도 있나?)
우연히 듣게 된 지난번 그림 강좌에서 이중 몇가지 질문을 했는데 시간도 짧고 해서 대답은 다 듣지는 못했고, 강좌 끝무렵에 스콧 맥클라우드의 책을 추천받았다.
물론 만화와 그림책 사이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동안 갖고 있던 의문에 대한 대답이 이 책에 거의 다 들어있다. 만화를 얘기하고 있지만 거의 모든 시각 예술의 언어를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중 만화의 위치와 가능성을 짚어보는 그런 책이다. ‘만화가 이렇게 놀라운 예술이었다니‘하고 놀랐다. 만화라는 매체의 ‘언어‘라고 할 수 있는 스타일, 칸 간의 이동, 시간의 표현, 선과 색채, 글과 그림의 결합 등 너무 많은 이야기가 집약되어 있는 소중한(...) 책이라 역시 나의 취미이자 즐거움인 ‘그림으로 정리‘를 하며 읽었다. 창작의 여섯 단계를 다룬 7장에서는 정말이지 ‘그래 내가 궁금했던 게 이거야‘라고 무릎을 치며 읽었다.
하아. 정말 대단한 책이다.
텍스트 자체만으로도 깊고 체계적이고 정확한 저술인데, 만화의 장치들을 이용해 만화 자체를 설명함으로써 이해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번역 역시 대부분 섬세하고 정확하며(원문 없이 번역문만 봐도 대충 알 수 있다), 역자 후기에 지난번 모 책처럼 구구절절 책 내용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책의 탄생 배경이나 저자에 대한 추가정보, 발간 이후의 반응이나 논란이 되었던 부분들을 알려준다.
사실 그림 강좌에서 추천받았던 책은 ‘만화의 창작‘이었는데 제목을 잊어버려서 ‘만화의...‘로 시작하는 저자의 책을 보이는 대로 두권 샀다(나중에 알고 보니 ‘만화의 미래‘도 있었음;;;). 이 책 ‘만화의 이해‘는 1993년 출간되었는고, 7년 후인 2000년 이후 이루어진 논의를 바탕으로 후속작 ‘만화의 미래’가 나왔고, 다시 6년 후인 2006년에 ‘두 책에서 제기된 여러 아이디어를 실제 창작 과정의 노하우 전반으로 소화하는 역작’(역자 주에서 발췌했다...)인 ‘만화의 창작’이 나왔다고.
그렇다면 이제 ‘만화의 창작‘에서 ‘실제 창작 과정의 노하우 전반‘을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