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피엔스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2017-05-30 ‘사피엔스‘를 다 읽었다. 뒷부분으로 갈 수록 너무 재밌어서 천천히 읽을 수가 없었다.

중후반부터 근현대사에서 알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구구절절 펼쳐진다. 과학의 발달과 제국주의, 자본주의, 산업혁명. 그 안에서 ‘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가족이나 지역공동체 같은 소규모 공동체에서 떨어져나와 국가와 민족이라는 틀 안으로 편입되었고(최근에는 국가보다 소비자 집단이 더 우세해져가고 있다), 각각의 국가는 이전보다 훨씬 더 상호의존적인 상태로 ‘지구 제국‘을 형성하고 있으며, 유래없는 평화의 시대가 왔다. 인류를 제외한 다른 종의 엄청난 고통과 희생 위에.

그리고 19장에서는 ˝그래서 인류는 더 행복해졌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부분에서 요즘 ‘성격의 탄생‘이나 불교 관련 책들에서 읽은 것과 비슷하거나 연결되는 얘기들이 등장한다.
아. 이 책도 정말 나이브한 구석이라곤 없다. 행복에 대해, 인간 삶의 의미에 대해, 역사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순진한 관념들을 무참히 짓밟으며(...) 다음과 같이 끝을 맺는다.

˝대부분의 역사서는 위대한 사상가의 생각, 전사의 용맹, 성자의 자선, 예술가의 창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책들은 사회적 구조가 어떻게 짜이고 풀어지느냐에 대해서, 제국의 흥망에 대해서, 기술의 발견과 확산에 대해서 할 말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개인들의 행복과 고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역사 이해에 남아 있는 가장 큰 공백이다. 우리는 이 공백을 채워나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 장인 20장은 미래에 대한 (아마도 다음 책인 ‘호모데우스‘의 맛뵈기 정도일 것 같은) 내용인데, 여긴 진짜 더 흥미진진.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2017-06-03 ‘사피엔스‘의 마지막 장인 ‘20. 호모 사피엔스의 종말‘의 핵심은 놀랍게도, ‘나‘라는 것의 실체가 무엇이며 그 정의가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될까 하는 문제다.

생명공학은 인간을 내부에서부터 변화시킬 것이다. 유전자를 조작해 육체적 특질 뿐만 아니라 성격, 지능, 사회적 행태까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사이보그 공학에서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고 컴퓨터 안에 인간의 뇌를 재현하려 하고 있다. 의학은 점점 발달해, 능력만 있다면 노화와 죽음 조차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인류는 더이상 유기화합물인 ‘몸‘에 머물러있지 않을 것이고 더이상 ‘호모 사피엔스‘도 아닐 것이며, 인류가 근본적으로 동일한 종이고 비슷한 특질과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모든 개념(평등, 인권 등)들을 다시 검토해야 할 거라는 얘기다.

개인적인 느낌이나 기억에 기반해 자신을 독립적인 ‘나‘로 인식하는 자아 개념이 무너진다. 불교의 ‘무아‘ 사상과 맥이 닿는 얘기다. 우리의 후손들은 감정과 욕망의 작동 방식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고 종교, 국가, 계급 등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인간과 동물, 인간과 무기물의 경계 역시 모호해진다. 그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 될까. 미래가 궁금하다. 빨리 다음 책 ‘호모데우스‘를 읽어야겠다.

* ‘사피엔스‘에 대한 다른 시각:
‘한국의 독자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가 하는 아쉬움도 많이 들었다. 의미 있고 깊이 있는 책보다는 술렁술렁 적당히 넘어가면서 왜곡과 과장으로 잡지 가십기사처럼 호기심을 자아내는 책. 그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심지어 그런 저자를 초청까지 했다고 하니 여하간 한국의 지식인 사회가 그리 건강하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 나는 한국의 ‘지식인‘이 아니니까 ‘잡지 가십기사처럼 호기심을 자아내는‘ 책 좀 재밌게 봐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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