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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관음의 탄생 - 한국 가부장제와 석굴암 십일면관음
김신명숙 지음 / 이프북스(IFBOOKS) / 2019년 11월
평점 :
p.119
세계적으로 여신신앙 전통들에서 보이는 공통적 가치관은 생명탄생에 대한 축하다. 이는 현세를 비하하며 죽음 이후 피안의 세계를 신앙의 핵심에 놓고, 탄생보다 죽음에 더 관심을 두는 가부장제 종교들과 확실히 다른 특성이다.
여신신앙에서는 모든 생명체가 죽은 후 다른 세계로 가는 게 아니라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여겼다. 자연의 법칙 그대로다. 또 현세의 실존적 상황을 죄나 고통의 시각에서 보는 기독교나 불교와 달리 일상 속 현장을 아름답고 성스럽게 여겼다. 그러니 세상에 태어나는 게 축복이 되는 것이다.
생명이 탄생하려면 성행위가 전제돼야 하므로 섹슈얼리티도 신성한 것으로 찬양됐다. 수메르의 여신 이난나는 <이난나와 두무지의 구애>로 알려진 신화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조금도 거리낌 없이 과시한다. 신랑인 두무지와 함께 성적 쾌락과 그 결실에 대해 노래하는 것이다.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과장된 성기를 노출시킨 신라의 토우들도 같은 맥락에 있다. 여신신앙에서 섹슈얼리티는 인간의 육욕적인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과 우주를 발행, 유지시키는 창조력이자 생산력으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