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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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자신의 의무를 다했을 뿐인, 용감하고 신중한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갈릴레이의 생애Leben des Galilei』에서 영웅이 필요한 나라는 불행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왜 불행할까? 그 나라에는 묵묵히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보통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남의 것을 빼앗아자기 배를 불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정직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무를 다하는 사람들, 요즘엔 이런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은데, <프로 정신으로>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보통 사람들이 없다면 그 나라는 필사적으로 영웅적 인물을 찾기 마련이고, 그렇게 찾은 사람에게 금메달을 나눠 주기에 급급하다.

타인의 종교적 감정을 모욕하지 않는 것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원칙이다. 그 때문에 집에서는 신을 모독하는 사람도 교회에서는 되도록 그런 말을 삼간다. 슈피겔만도 무함마드를 희화화한 캐리커처를 그리지 말았어야 했다. 보복의 위험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가 <무례한>(이런 예의 바른 표현을 쓰는 걸 고깝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미안하다) 일이기 때문이다. ... 샤를리 사태에는 두 가지 기본 원칙이 있었다. 그런데 이슬람 쪽에서 끔찍한 테러를 저지르는 바람에 둘의 구분이 어려워졌다. 그래서 <내가 샤를리다!>라고 말함으로써 무례한 표현조차 그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아졌다. 그러나 내가 만일 샤를리였다면 무슬림의 감정을 조롱하면서 고소해하거나 재미있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건 기독교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 불교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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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커트 보니것 지음, 이영욱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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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한 건 역시 그의 에세이. 7번을 선호할 수밖에 없음.

데이비드는 노인을 경사로 위로 끌어올렸다. 늙은 농부의 허파에서 죽음을 쥐어짜내려고 얼마나 오랫동안 안간힘을 썼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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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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쾨펜은 빙하기의 원인을 혹독한 겨울이 아니라 서늘한 여름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름이 너무 서늘해서 일정한 지역에 내린 눈이 녹지 않게 되면, 들어오는 햇볕이 모두 눈 표면에서 반사되기 때문에 냉각효과가 더욱 악화되면서 더 많은 눈이 내리게 된다. 그런 일은 계속 반복된다. 눈이 쌓여서 빙원이 만들어지면, 그 지역은 더욱 추워지고 얼음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빙하학자 권 슐츠에 따르면, "빙원이 만들어지는 것은 눈의 양 때문이 아니라 눈이 녹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기후가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믿을 이유는 없다. 실제로 과거보다 훨씬 더 상황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믿는 전문가들도 있다. 지구 온난화가 빙하기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을 상쇄시킬 것이라고 믿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콜버트가 지적했던 것처럼,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요동치는 기후 앞에서 "아무도 감독할 수 없는 거대한 실험을 시도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실제로 빙하기가 기온의 상승에 의해서 시작되었다는 주장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약간의 온난화에 의해서 증발 속도가 빨라지면 구름이 많아지고, 고위도 지방에서는 더 많은 눈이 내려서 쌓이게 된다는주장이다.

그렇다면 몸집이 크고, 적응을 잘하고, 지적인 능력도 가지고 있었던 네안데르탈인들이 왜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까 궁금하게 여겨질 것이다.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은 그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다.

뮌헨 연구에서 네안데르탈인의 DNA는 오늘날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어떤 DNA와도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네안데르탈인과 현대 인류가 아무런 유전적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그 결과는 다지역 출현설에 대한 정말 심각한 충격이었다.

현대 인류는 놀라울 정도로 유전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55마리의 침팬지로 구성된 사회집단의 다양성이 전체 인류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성보다 더 크다"는 어느 전문가의 표현이 그런 뜻이다. 우리 모두가 최근에 아주 작은 집단으로부터 유래되었기 때문에 충분한 다양성을 확보하기에는 시간과 규모가 모두 충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사진을 본 크리스티안센은 칼데라를 찾지 못했던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890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공원 전체가 하나의 칼데라였다. 폭발에 의해서 생긴 분화구의 지름은 64킬로미터가 넘어서, 지표면에서는 도저히 그 모양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과거 어느 시기에 옐로스톤에서는 어느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폭발이 일어났던 것이 틀림없다.
결국 옐로스톤은 초대형 화산으로 밝혀졌다.

"맨슨 충돌로 멸종된 생물종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앤더슨이 물었다.
"모르겠군요"라고 내가 대답했다.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말했다. "단 하나도 없었지요."
물론 위츠크와 앤더슨은 모두 지구의 상당한부분에 걸쳐서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엄청난 파괴가 일어났을 수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했다.
지면에서 수백 킬로미터 범위는 완전히 파괴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은 끈질긴 것이어서, 연기가 사라지고 난 후에는 거의 모든 생물종 중에 다행스럽게 생존한 것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영원히 사라진 것은 없었다.
어떤 생물종을 완전히 멸종시키기는 매우 힘들다는 것이 그나마 좋은 소식인 것 같다. 그렇지만 그런 좋은 소식이 사실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사실은 나쁜 소식이다.

도쿄는 이미 현대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지진을 경험했다. 1923년 9월 1일 정오 직전에 고베 지진보다 열 배나 더 강력했던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다. 20만 명이 사망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 도쿄 지역은 두려울 정도로 조용했기 때문에 땅속에서는 80년 동안 음력이 쌓여왔을 것이다. 그런 음력은 결국은 터져버릴 것이다.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구상의 모든 유리는 끊임없이 작용하는 중력 때문에 아래쪽으로 흐르고 있다. 유럽 성당의 아주 오래된 유리를 살펴보면 아래쪽이 위쪽보다 눈에 띄게 두꺼운 것을 볼 수 있다.

달은 매년 약 3.8센티미터씩 우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다. 달은 20억 년이 지나면 너무 멀리 떨어져버려서 더 이상 지구를 안정화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방문객들이 만으로 걸어가서 수면 바로 밑에서 조용하게 숨쉬고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잘 볼 수 있도록 산책로도 만들었다. 회색으로 광택도 없는 그것은 다른 책에서 설명했듯이 아주 커다란 쇠똥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5억 년 전에 살았던 생물이 지금까지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이상할 정도로 아찔한 느낌을 준다. 리처드 포티의 표현에 따르면,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시간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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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 미국 애팔래치아 산길 2,100마일에서 만난 우정과 대자연, 최신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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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은 길을 돌아보고 걷고 싶은 길을 상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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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한 역사학자가 쓴 성경 이야기 : 구약편
김호동 지음 / 까치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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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신약편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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