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이정호 그림 / 알마 출판사 / 2016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우리는 그에게 자세한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던질 때에는 어떠한 암시나 힌트도 주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했다. 그 결과 그가 기억해내는 것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의 회상이라는 사실이 곧 밝혀졌다. 그러나 그 자신은 회상을 제어할 수 없었다.
그는 사건의 세세한 내용까지 알고 있었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과 똑같은 사건 내용을 알고 있었다. 공판과정에서도 그에게 알려주지 않았던 내용까지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까지는 전혀 없었던 기억 혹은 잊혀졌다고 여겨진 기억이, 최면술과 최면주사를 사용해도 되살아나지 않던 그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났음이 밝혀진 것이다.

만약 누군가에 대해 알고 싶을 때, 우리는그 사람의 이야기, 그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진실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우리 한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전기傳記이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우리 자신에 의해, 우리 자신을 통해, 우리들 안에서 즉 지각·감각·사고·행동을 통해서 스스로 끊임없이 무의식중에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물론 입으로 말하는 이야기는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생물학적으로나생리학적으로 우리는 서로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리고 이야기의 화자로서 우리 모두는 각각 고유한 존재이기도 하다.

언어상실증 환자들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진실인가 아닌가를 이해하는 힘을 지니고있다. 언어는 상실했지만 감수성이 특히 뛰어난 그들은 찡그린 얼굴, 꾸민 표정, 지나친 몸짓, 특히부자연스러운 말투와 박자를 보고 그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아차린다. 따라서 언어상실증 환자들은언어에 속지 않으며 현란하고 괴상한(그들의 눈에는그렇게 비친다) 말장난과 거짓, 불성실을 간파하고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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