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 - 노희준 장편소설
노희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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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과연 내가 나라는 존재로 살아가는 것을 증명하는 명확한 증거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흥미를 유발하는 가벼운 읽을거리에 익숙해져 있었을 시기에 이 책을 읽었었다. 그동안은 머리를 써서 문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것이겠지.

 그래서 이 책은 읽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 읽어가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찾아가면서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가면서 읽어야 했다.

  추리소설만을 골라서 읽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느낀 것은 어차피 독자는 작가가 주는 힌트에 의해서 누가 범인인지를 추리할 수밖에 없으며, 작가는 때때로 독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범인이 아닌 사람부터 범인인 것처럼 의심을 해가면서 서술을 이어나가는 구나 였다.

 결국 아무리 추리를 해서 읽어나간다고 해도 결코 독자로서는 범인이 누군인지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가 없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범인은 이미 정해져 있고, 작가는 최대한 주변 사람들이 범인인 것처럼 몰고 가다 마지막에 깨달았다는 듯이 줄줄 범인에 대한 증거들을 늘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누가 범인이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이 그저 작가가 주는 실마리를 따라 읽으며 즐기면 될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누가 누구인지 분간을 하면서 읽어야 해서 다른 의미로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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