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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고맙다
전승환 지음 / 허밍버드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가성비를 따져서 책을 고른다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와 같은 책 고르는 기준을 가진 나라면 절대로 구입하지 않을 책.
사진이 많고 활자가 적어서 읽는 재미가 떨어지는 이런 종류의 책을 잘 구입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선택한 것은 그만큼 지금 내가 많이 지쳐있기 때문이겠지.
언제나 나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는 괜찮아라고 말하고 다닌다. 그 뒤에는 지쳐 혼자 쓰러져 회복을 기다릴지언정 절대로 사람들 앞에서 내색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고 살았다. 한 번이라도 힘들다 귀찮다 피곤하다 하기 싫다는 말이 나오면 그대로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도망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었다.
그런 내 성향은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과 결합되었을 때 더욱 무시무시한 결과물을 나타내기도 한다.
주말 내내 동굴에서 혼자 낑낑거리거나 가위가 눌린 채 뻗어있는 한이 있더라고 주어진 일은 반드시 해 냈으니까.
그런데 문득 무엇을 위해서 나는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만족? 타인의 인정? 그것도 아니면 그런 행위들이 나에게 금전적인 보상이나 내 이름을 드높이는 역할이라도 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
그저 나는 내가 세운 틀에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나조차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못하고 홀로 낑낑거리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참... 불쌍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나에게 선물을 한 책이 활자가 많고 정보가 많거나 내용이 풍부한 책이 아닌,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 그런 책이 아닌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달리다가 걷고 싶은 순간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쉬어가는 것이 인생이니까.
고맙다고 말하자. 선물을 하지만 말고 나에게도 선물을 하자. 꽃다발도 안겨주고 잘했다고 칭찬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