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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 개정판 ㅣ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1905년 조선을 떠나 멕시코로 향하던 이들이 있었다.
자신의 땅을 가지지 못하고 제 한 몸 건사할 방도가 없었던 그들은 나름의 목표와 꿈을 가지고 조선을 떠났다.
한 작가의 작품을 찾아서 연달아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나 자신의 고정관념이다.
왜 흑인과 인디언들이 받아야만 했던 핍박과 고통을 그들만의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 더 깊게 이야기하지만 그 사실들을 어떻게 지나간 과거로 기록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지나간 역사가 아닌 누군가의 삶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왜 하지를 못 했을까.
나아가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일이었음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나는 그저 눈을 돌리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현실에 눈을 돌리고 행복하고 즐거운 것들에 대해서만 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현실 또한 누군가가 누리고 싶어 했던 꿈이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전쟁이든 현실이든 어떤 시대였든 간에 가장 힘들어야 했고 고생을 했야만 했던 것이 누구인가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 주었다.
현실과 타협한다는 것. 그것은 때로는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대가일 뿐이라는 것.
그것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살아남은 자만이 후세에 목소리를 남길 수 있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