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 쇼스타코비치의 삶으로 통해 정치적인 상황 속의 예술가의 위치, 그가 겪어야 했던 사회적인 갈등 및 내재적인 혼돈을 소설로 표현한 작품이다.

  회화, 음악, 소설, 시, 조각, 건축.... 어떤 분야를 망론하고 예술인의 삶은 자신을 후원해 주는 후원자, 때로는 자신을 지지하는 민중의 눈을 외면할 수가 없다. 자신의 내적인 욕망에 따라 표현하고자 하더라도 그 예술을 소비하는 주체의 눈을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극소수의 천재들만이 그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언제든 역사 속에서 사장될지도 모른다는 잠재적인 위험이 그들을 노리고 있다.

아침마다 그는 기도 대신 옙투셴코의 시 두 편을 암송했다. 하나는 권력층의 그림자 아래에서 살아가는 삶이 어떤 것인지 묘사한 <경력>이었다.

갈릴레오의 시대에, 한 동료 과학자

갈릴레오 못지않게 어리석었다.

지구가 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에게도 먹여 살아야 할 대가족이 있었다.

그것은 양심과 인내에 관한 시였다.

그러나 시대마다 과시하는 방식이 있다.

가장 고집 센 자들이 가장 똑똑하다.

그게 사실일까?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시는 야심과 예술가의 진실함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끝났다.

그러니 나는 내 일을 하련다.

하나를 좇지 않음으로써.

  이런 시들은 그를 위로해 주는 동시에 의문을 던져주었다. 그는 불안과 두려움과 레닌 그라드 식의 공손함을 지녔지만, 근본적으로는 음악에서 자신이 보았던 대로의 진실을 좇으려 하는 고집스러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경력>은 본질적으로 양심에 관한 시였고, 그의 양심이 그를 비난했다. 빈 곳을 찾으려 이를 더듬는 혀처럼, 나약한, 이중성, 자기만의 영역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양심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가 입안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늘 의심하면서도 두 달에 한 번씩 치과의사를 찾는다면, 양심에 대해서는 자기 영환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 늘 의심하면서 매일같이 자신의 양심을 살폈다. 그를 비난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타협하느라고 건너뛰고 기대에 못 미쳤던 행동들, 카이사르에게 치른 동전. 때때로 그는 자신을 갈릴레오이면서 그 동료 과학자, 먹여 살릴 식구들을 거느린 자로 보았다. 그는 타고난 천성이 허락하는 만큼은 용감했지만, 양심은 항상 더 많은 용기를 보여줄 수도 있었을 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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