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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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 작가의 작품을 다 찾아서 읽은 적이 없다.

몇 년 전까지는 이 작가의 작품은 다 읽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작가와 그의 작품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뿐이었다.

하퍼 리의 유일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 책이 워낙 훌륭하니까.

그러나 어떤 연유가 있었든 간에 파수꾼을 출판했고,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그 책 읽기를 포기함으로써

이 작가의 책은 다 읽었어요! 하는 작가가 없게 돼버렸다.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글을 소비한다는 개념이 아닌 그 사람의 사상과 세계관에 동의한 다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내내 생각했다.

셰익스피어가 좋아서 그의 글과 시를 다 읽었다는 친구

오에 겐자부로의 전쟁에 대한 인식, 책과의 추억 등이 좋아서 다 읽었다는 친구

작가의 책이 아닌 작가를 좋아하는 것이 신기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는 것은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한 작가의 책을 접하고 흥미롭다는 생각에

작가의 이력을 검색해 보고, 다른 책을 읽어보고...

그렇게 다른 책으로 이어진 경험은 물론 있지만, 그렇게 읽은 책이 전부가 다 좋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작가가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는 작가와 그녀의 작품을 만났다.

적어도 지금까지 읽은 그녀의 책은 항상 마음을 울리고 생각할 여지를 주니까 혹시 모른다.

한 작가의 세계를 온전히 사랑하는 일이 나에게도 있어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조해진' 작가의 글에 빠져있다.

 그러던 중 작가의 인터뷰를 읽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마음속에 그리는 상이 있는지도 더해 물었다.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지만, 그 마음 못지않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럼 멋진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분도 계시겠죠. 저는 착한 사람도 '멋지다'에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착하기만 해선 소설을 잘 쓸 수 없다고 걱정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솔직히 착한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순진하다거나 어리석은 의미의 착함이 아니라 타인의 보이지 않는 눈물까지 상상할 줄 아는 착함....

 

  저 인터뷰를 읽고 왜 내가 조해진 작가에게 끌리는지 그녀의 글을 읽는 것이 행복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같을 수는 없겠지만, 비슷할 수는 있는 거겠지. 작가의 글에서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가 은연 중에 스며드는 거니까.

 '빛의 호위'에 수록된 여러 단편들 중에 내가 가장 처음에 만난 단편이 바로 '빛의 호위'이다.

여러 겹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더욱 절묘한 감정을 자아내는 이 이야기는 단 몇 줄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잘 짜인 소설이다.

  권은은 각기 다른 시대와 역사에서 출항한 배에 탑승한 승객처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알마 마이어와 그녀는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두 사람을 태운 전혀 다른 두척의 배가 똑같은 섬에서, 똑같은 풍랑을 견디며 잠시 표류한 적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권은은 그렇게 알마 마이어의 삶을 자신의 삶과 투영해서 본다. 그녀에게 장이 있었듯이 자신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 홀로 남겨진 어두운 골방에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준 사람. 적어도 그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살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그렇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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