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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ㅣ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10
헤르만 헤세 지음, 이순학 옮김 / 더클래식 / 201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만화책으로 된 축약본이며, 조금 더 성장해서는 책으로 읽은 기억이 있었는데, 뭔가 딱히 재미있었다는 인상도 다시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고른 것은 그저 단순히 BTS에 대한 호기심이랄까?
이번에 웹툰도 하고 그들의 음악에 스토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관심이 생겨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빅히트 홈페이지에 책이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호기심을 이길 감정은 없는 것 같다.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은 책을 다시 읽게 만드는 힘이 있다니...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들었던 여러 생각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생각은 두 가지다.
평온한 삶 속에서 방황하는 싱클레어를 보며...
음..... 고생을 안 해봤으니 정신을 못 차리지 와
내 사고의 폭이 조금이나마 넓어져서 이전에 읽었을 때는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그래서 영원히 별로인 책은 없겠구나. 내 경험과 생각의 변화에 따라 별로로 분류했던 책들도 얼마든지 좋은 책의 서고에 들어갈 수가 있구나 였다.
첫 번째 생각은...
데미안의 싱클레어도 그렇고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도 그렇고 소위 좋은 집안의 자제인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방황과 고뇌를 홀로 다 짊어진 사람처럼 구는 걸까. 돈의 소중함과 귀함, 자신의 울타리가 되어주는 부모에 대한 애정보다 사회의 이념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의 고충이 더 큰 걸까? 뭐. 내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영역이라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겠지만, 딱 그 정도이지 이해나 공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사람은 누구나 다 인생을 살아가며 방황도 하고 후회도 하고 고민도 하고 실패와 좌절을 반복하면서 살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당장 내 앞에 주어진 현실의 비루함에 속앓이를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격지심이겠지. 나는 생계에 대한 고민이 최우선이 될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하지만 생계에 대한 고민 없이 자신 개인의 정체성에 흔들릴 수 있었기에 이런 글이 나온 거겠지.
두 번째 생각은...
공동체를 떠나 카인의 낙인을 지니고 사는 사람에 대한 부분이나, 세상이 두 개의 세계 (아버지의 집, 부모님의 함께인 안락하고 포근한 세계 / 집 한복판, 세상에 존재하는 강도와 살인, 폭력과 욕설의 세계)로 분열된 와중에 겪는 자아의 고뇌, 개인의 사명, 전쟁으로 통해 싱클레어의 생각이 변화되는 부분 그리고 소원을 이루기 위한 간절함(이 부분에서는 시크릿이라는 책을 읽는 줄 알았다. ) 까지 이전에는 재미없다고 생각했었던 부분들이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알려주었다. 역시 고전소설이든 현대문학이든 간에 그 책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어휘력과 사고력이 준비된 상황에서만 그 내용의 깊은 부분을 알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전에 읽었던 책들이나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에 대한 편견의 끈이 느슨해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