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그 禪의 물결
감산덕청 지음, 심재원 옮김 / 정우서적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오늘날 장자라고 알려진 책은 내편, 외편, 잡편으로 나닌다. 그 중 외편과 잡편은 후세 사람이 덧붙인 것이고, 내편 7편 중에서도 소요유, 제물론, 덕충부, 대종사 4편만이 가장 장자의 사상이 순수하게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이 책 <장자, 그 선의 물결>은 명나라때 스님인 감산덕청이 장자의 내편에 대해 주석과 해설을 단 <장자내편주>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그러므로 장자의 전부를, 다시 말해 내편은 물론이고 외편과 잡편까지 모두 읽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장자내편주>에 대한 번역은 이전에 <감산의 장자풀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적이 있다.


<장자, 그 선의 물결>은 장자 내편의 각 부분을 장자 본문 번역, 장자 본문과 감산덕청 주석의 원문(한자), 감산덕청 주석 번역, 감산덕청 해설 번역, 역자의 해설의 다섯 체계로 설명하고 있으며, 추가로 인물이나 용어에 대해서는 역자가 별도의 각주를 붙여두고 있다. 


학술적으로 본다면 매우 엄밀한 구성이기는 하지만 가독성이 좋지는 않다. 특히 감산덕청의 주석(해석)을 기반으로 장자 본문을 번역하였는데, 본문의 내용이 긴 경우 본문 번역과 감산덕청의 주석을 함께 읽으려면 책장을 앞뒤로 계속 뒤집어야만 해서 읽기가 매우 번거롭다.


그럼에도 장자의 사상(엄밀하게 본다면 장자에 대한 감산덕청의 해석)을 이해하기에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감산덕청의 주해가 매우 일관성이 있고, 역자의 번역 역시 그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다. 기존 장자 번역서의 아전인수 격의 해설을 피하고 감산덕청의 주해를 충실히 반영하려고 역자가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다만 이런 노력이 과하였는지 감산덕청의 주해와 역자의 해설에 같은 내용이 반복되다 보니 책의 뒷부분에서는 지루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이 책의 큰 흠이라면 역자의 해설이 아닌가 싶다. 감산덕청의 주해를 정밀하게 설명하는 부분은 참으로 좋았지만 장자의 사상을 지금 상황에 적용한 부분(예를 들면 사대강사업 반대 등)은 없느니만 못했다. 개정판에서는 역자의 해설이 절반으로 줄이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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