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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도서관 - 천천히 오래도록 책과 공부를 탐한 한국의 지성 23인, 그 앎과 삶의 여정
장동석 지음 / 현암사 / 2012년 2월
평점 :
누군가 찾아와서 지금까지 읽은 책들과 기억에 남는 책들에 관해서 이야기 해달라면 나는 어떤 책들을 이야기 할까? 반대로 누군가 평생토록 읽었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을 수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까. 거기다 그 누군가가 ‘천천히 오래도록 책과 공부를 탐한’ 지성인들이라면! 이 책 안에 그들의 인생의 이야기와 그들의 책 이야기가 있다.
각각의 인터뷰에 빠져서 총 몇 분의 이야기가 소개됐는지 몰랐는데 다 읽고 찾아보니 스물 세분이다. 목차를 보니깐 철학자가 가장 많다. 고로 철학자가 책을 가장 많이 읽는다?! 농담이다. 철학자니깐 책을 많이 읽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철학자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철학자는 독서와 사색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소개가 된 책들 중 기억나는 건 함석헌 씨가 쓴 『뜻으로 본 한국역사』 와 잡지 「사상계」이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셔서.『성서』에 대한 이야기를 한 분들도 몇몇 분 계시다. 성서는 누군가에게 마치 소설과 같았고, 누군가에게 감옥 안에서 읽을 수 있는 유일한 책이었다. 종교인이 아니면서 읽는 성서는 어떻게 다가올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물론 불교 서적을 꼽는 분들도 계셨다.
예수님은 어디서 만날 수 있습니까? 예수님과의 만남은 기본적으로 <성서>라는 책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책은 곧 삶이며 사람인 것이죠. p.184
초월적 세계에 존재하는 인격적 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아요. 삶의 목적과 의미는 밖으로부터 부여되는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부여된다는 것이 모노가 주장한 핵심입니다. 결과적으로 종교적 세계관은 진리가 아니라 하루 빨리 깨어나야 할 환각이라는 거죠. p.170
어떤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의 서재를 보여주는 걸 꺼려하는 등장인물이 나오는 소설을 읽은 적이 있다. 자신의 서재를 공개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보여줄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이 책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앞으로 내 책장 안에는 어떤 책들을 꼽아야 하는가?
사실 장회익 교수는 누군가 권하는 책, 꼭 읽어야 한다고 말하는 '고전' 등을 찾아서 탐독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지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 그러니까 오로지 자신이 선택한 책을 통해 자양분을 얻는다. 어느 시기에 어떤 모습으로 있는가에 따라 책은 다른 감흥으로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장회익 교수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책이 발견된다"고 믿는다. 일종의 책과 나의 궁합이라고 할까. p.294
책을 다 덮고 나니 내 옆에 길고 긴 읽을 책 목록이 놓여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소개된 책에 이분들이 직접 쓰신 책들을 더하니 그럴 수밖에. 제대로 읽지도 못하면서 나날이 책 욕심만 커가니 문제다.
이 세상은 한 권의 아름다운 책으로 귀속되기 위해 만들어졌다. p.167 말라르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