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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의 심리학 3 - 작은 시도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스몰 빅의 놀라운 힘, 완결편 ㅣ 설득의 심리학 시리즈
로버트 치알디니 외 지음, 김은령.김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에 설득의 심리학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지금보다 어리고 어리석었기에 미처 다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이 넘쳐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설득력있고 유용했던 책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완결편이 나왔다고 해서 읽어보게 되었다.
작은 시도로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이자 그 방법을 이 책에서는 "스몰 빅"이라고 지칭한다. 이 책에는 52개의 스몰 빅이 간략하지만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의 강점을 꼽자면 적은 비용을 들여 효과적인 결과물을 낼 비법을 1. 과학적인 근거를 들어서 제시하고, 2. 그것들을 개념화시켜서 정리하기 쉽게끔 만들었으며, 3. 이런 방식들의 쓰임을 어디까지나 윤리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활용하게끔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책의 역자가 제시해준 장점이고, 또다른 장점으로는 챕터 어디를 펼쳐서 읽어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해가 될 정도로 단편들의 묶음을 잘 구성해놨다는 점이 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정독하기란 (반드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하는 문학장르가 아니고서야) 쉽지 않은 일이다. 출퇴근길에 간단히 아무데나 끌리는 챕터를 펴서 읽어내려가도 이해가 될 만큼 한편한편의 내용이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다. 아래 사진처럼 어느 챕터를 펼쳐도 길을 잃지 않게끔 도와주는 장치가 군데군데 배체돼있는 친절한 책이다.
나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눈으로만 정독하는 습성을 지닌 사람이지만 이 책은 두고두고 쓸모가 있을 법하여 내용을 충분히 정독하며 하나하나 메모해가며 읽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내용 몇가지로는 우선 사람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하려는 습성이 있다는 점. 즉 하나의 개체인 당신이 얼마나 세금을 내지 않았는지보다 남들이 얼마나 냈는지 납부율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납부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 책에는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들 눌러보는 실시간 인기검색어도 이 범주에 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사람들은 남들이 하려는 만큼의 평균치를 따라하려는 경향이 있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점으로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떠한 일을 하겠다/혹은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하는 것만으로도 그 행위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언제까지 무슨일을 완수하겠다고 스스로 되네이는 것만으로도 뇌리에 충분히 각인된다는 맥락인듯하다. 아무리 전략이 좋아도 뭐 이런 경우에는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예를 들어 나는 오늘까지 할일을 마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고 선언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할일의 기한이 나도 모르는 새에 당겨져서 이미 1주일 전에 마감이었던 것이다. 이런 당황스러운 경우 빼고는 이 전략이 사소하지만 큰 결과를 가져다주는 의미있는 그런 전략일 것이다.
그밖에도 어떤 업무를 하는 과정에 있어서 앞으로 남은 과정보다는 지금까지 이룬 업적에 더 집중하면 성취도가 올라간다는 점을 책을 통해서 몸소 보여주었다.책이 거의 끝나가는 부분에 이런 챕터를 배치한 것은 이 자체가 설득의 심리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게 했다. 놀라웠다. 지금까지 그냥 단편적으로 무슨 노하우를 제시한 책은 많이 봤지만 이를 실제로 책 내부에서도 실천하고 있는 책은 처음 접해봤기 때문이다. 아래 사진이 그런 부분이다.
이외에도 당장 일어날 무언가를 결정하기보다는 유예기간을 주고 그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결정을 할때 우리는 부담감을 덜 느낀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같은 요청에 대해서도 우리는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은 좀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을 이 책에서는 "미래에 대한 도덕적 책임에 호소 전략"이라고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용어를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서 머리속에서 내용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있다. 앞서 언급했던 내용이지만, 이런 사례들을 추상적으로 제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실험에서 나온 수치들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 경험만을 강조한 자기계발서류 교양도서와는 차별성을 가진다.
책을 한 코스의 요리로 치자면 별미는 맨 마지막에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챕터 이름은 "최고의 것은 마지막을 위해. 스몰 빅이 어떤 차이를 만들 수 있을까?"이다. 제일 좋은 것은 제일 뒤에 배치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여기서는 책의 앞부분에 나왔던, "의외의 선물이나 서비스로 고객을 감동시키고자 한다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하라"는 전략을 고스란히 적용하여 맨 마지막 챕터 뒤에 덤이자 정리본이 될만한 그런 챕터를 하나 더 얹어줬다. 이 점만으로도 충분히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미처 이 글에 다 담지못한 여러가지 작지만 유용한 팁들이 이 책의 군데군데 풍성하게 배치되어 있지만, 그것이 산발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설득력 있게 와닿았던 이유는 책 전체를 통해서 그 전략을 몸소 보여주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역자도 일반 역자가 아니고 원저자인 로버트 치알디니에게 직접 교육을 받고 스스로도 관련 강의를 하고있는 전문가라서 번역서라는 사실을 읽는동안 잠시 잊을만큼 매끄럽다. 그런 점이 이 책에 있어서 또하나의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가독성은 중요하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냥 유용하겠거니 별 기대않고 읽다가도 점차 설득당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험이었다. 책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자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바는 설득 그 자체이다. 설득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법한 여러 전략을 얻어간다. 이 사실을 내가 진작에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감이 들던 내용도 있었다. 내가 겪었던 그런 시행착오를 좀 더 줄이기 위해 주변에도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